[횡설수설]이낙연/북적거린 與후원회

  • 입력 1998년 12월 8일 19시 39분


7일 국민회의 후원회에는 1천5백여명이 몰려 발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모금된 액수는 8일까지 55억원. 5월 1차 후원회 때 모인 돈까지 합치면 올해 들어 2백66억원이 후원금으로 걷혔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지난달 26일 후원회에서 3억원을 모았을 뿐이다. 사무처 직원들의 봉급을 50% 가량 깎고도 모자라 수도료 전기료를 연체하는 형편이다.

▼지금은 지정기탁제가 없어졌으나 지난해 여당시절 한나라당(신한국당 포함)은 지정기탁금 3백65억원을 독차지했다. 모든 야당은 한푼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정권교체 이후 역전되고 있다. 과거 여당에 비하면 적은 액수지만 그래도 국민회의는 권력을 실감할 것이다. 그러나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꽃에 벌 나비가 모이는 것은 꽃이 예뻐서가 아니다. 빨아먹을 꿀이 있기 때문이다. 돈에는 함정이 있다. 돈이 말하면 진실이 침묵한다.

▼정권교체를 더욱 실감하는 쪽은 한나라당일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은 염량(炎凉)세태를 한탄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 일만도 아니다. 일본에는 이런 얘기가 전해진다. 마음을 잡지 못한 젊은 사무라이가 날이면 날마다 술에 절어 살았다. 그래도 잠을 잘 때는 오른팔을 위로 하고 잤다. 칼 쓰는 팔을 보호한 것이다. 그것을 본 어떤 부자가 딸을 주고 돈도 대주었다. 한나라당은 먼저 스스로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정치자금은 마권(馬券)과 같다. 잘 달리는, 또는 잘 달릴 것 같은 말에 돈을 거는 것이다. 그래서 편중되기 쉽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야당에도 돈을 주라”고 기업인들에게 당부했지만 당부로 될 일이 아니다. 편중을 완화하려면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정치자금법 개정을 내년으로 미루자는데 합의해 주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낙연<논설위원〉naky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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