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김종섭/車 수십년 운행 흔한 스리랑카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41분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 시내에서는 수십년된 자동차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스리랑카 승용차의 번호판은 1―0001번부터 시작한다. 1번이 꽉차면 2―0001로 넘어가는데 1번에서 2번으로 가는데 약 2년이 걸린다고 한다. 지난해말 19번이 끝나고 올해는 약간 체계를 바꿔 300―00001로 뛰었다. 지금도 시내를 활보하고 있는 ‘1―××××’번호의 승용차는 35∼40년의 나이를 먹은 셈이다. 또 EN CN EY 등 문자로 시작되는 번호판도 눈에 띈다. 이는 스리랑카의 옛날 국가명인 ‘SEYLAN’을 적절히 조합해 만든 번호로서 이런 번호로 시작되는 차들은 제조연도가 1910∼1930년대라고 보면 틀림없다.

우리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전통과 역사’를 자랑으로 여기는 스리랑카 사람들은 물건도 손질해가면서 오래오래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반면 우리의 승용차모델은 어떤가. 신모델 차량이 수없이 출시되기 때문에 모델명을 외우기 바쁘게 신모델이 등장한다. 차량만이 아니다. 얼마전 모 연구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TV는 1년에 31가지의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VTR나 세탁기 냉장고 캠코더 오디오 컴퓨터 등도 마찬가지다.

기능이 많이 달라진 신모델이라면 물론 환영할 일이지만 사소한 한두가지 기능을 보완하거나 모양만 바꾼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생산과 유통, 소비과정에서의 자원낭비와 비능률은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종섭(KOTRA 콜롬보무역관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