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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27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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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자신의 말대로라면 보석류 1백억원어치 이상을 훔친 대도였다. 그러나 대도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나는 좀도둑에 불과했다”고 거부감을 나타냈다. 어쨌든 긴 수감생활을 마치며 새 삶을 다짐한 그의 포부는 소중하며 모두가 축복해 줄 일이다.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며 보호감호 10년을 9년이나 앞당겨 풀어준 재판부의 용단도 돋보인다. 그렇다고 그를 의적시하는 것은 옳은가.
▼조씨의 범행대상은 주로 재벌과 고위 공직자였다. 80년대 초 서민들이 물방울다이아몬드라는 말을 처음 듣게 된 것은 바로 조씨 덕분이었다. 그후 그는 일부에서 미화되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와서도 흉악범조직 ‘지존파’ ‘막가파’와 폭력조직 두목이 일부 청소년 사이에서 영웅시되는 묘한 풍조가 이어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제차 타는 부자를 증오하는 생각들이 같고 주먹인생을 멋지게 그린 영화들이 영향을 준 탓일 게다.
▼2년 가까이 경찰과 신출귀몰한 숨바꼭질중인 탈주범 신창원도 일부 청소년을 사로잡고 있다. 그를 소재로 한 만화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부(富)와 권세에 대한 증오심이 낳은 병리현상이다. 부유층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지만 이런 병적 심리는 사회를 멍들게 한다. 대도는 감옥에서 나왔어도 그가 범했던 죄를 다 용서받은 것은 아니다.
〈육정수 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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