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다 큰딸에게 용돈주면서도 함박웃음

  • 입력 1998년 11월 19일 19시 47분


“여기 있다. 3만원…. ‘후진’ 옷 사지 말고 메이커 있는 걸로 사거라.” 저녁 무렵 집에 들어 오신 아버지가 느닷없이 내게 돈을 쥐어 주신다. 오후 내내 당신께서 택시를 운전해 번 돈이다.

“오늘 낮 근무인데도 장거리 손님이 몇명 있어서 좀 벌었지.” 순간 함박웃는 아버지의 미소보다 굵게 팬 주름이 내 눈에 한가득 들어왔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다.

20년 동안 먹여주고 입혀주고 대학까지 보내준 아버지. 새삼스레 여태껏 아버지를 위해 해 드린게 뭐가 있나 하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오히려 나로 인해 주름살이더늘어난것은아닐까.

운전한다고 별별 사람들한테 무시당하고 설움당한 아버지. 위험한 사고 고비도 몇번이나 넘기신 아버지. 종일 운전석에 앉아 있느라 밤마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시는 아버지. 여유롭지 못한 가정 형편 때문에 비싼 음식도 자주 드시지 못하고 좋은 구경도 못해 본 아버지.

그런 아버지께 당신의 딸은 자랑스러운 모습, 근사한 모습 한번 제대로 보여 드리지 못했다. 지금부터라도 당신의 자랑스러운 막내딸이 되기 위해, 조금이라도 당신께서 행복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박건희<경북 영주시 하망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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