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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9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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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한국경제는 이제 막 중환자실에서 회복실로 옮겨진 상태다. 환란(換亂)의 한고비는 넘겼다고 하지만 IMF의 가혹한 처방 때문에 수많은 기업이 쓰러졌고 성장잠재력이 무너졌으며 기업의욕마저 꺾일대로 꺾여 있다. 외채문제도 해결된 것이 아니다. 대량실업과 그에 따른 사회적 불안은 정작 이제부터가 문제다. 그런데도 정부와 관변연구소를 중심으로 한국경제 낙관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는 월가(街)가 아시아시장을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투자선을 잃은 국제자본이 한국으로 되돌아오지 않느냐는 섣부른 기대로 들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물론 최근의 국내경제동향을 보면 일부 경제지표들의 호전 등 경제회복의 조짐이 희미하게나마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제금리 및 원자재가격 하락, 달러 약세 등 신(新)3저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한몫 거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처한 안팎의 상황을 살펴보면 낙관론의 근거는 희박하다. 정부가 국민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냉철한 현실인식을 전제로 하지 않는 낙관론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위험천만하기까지 하다.
지금 시점에서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다. IMF관리체제 이후 한국경제는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완벽하게 편입됐다. 이제 우리 경제는 국내요인보다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더욱 민감한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세계 경제는 지금 불황의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촉발된 경제위기는 러시아와 중남미를 돌아 미국까지 뒤흔들고 있다.
대표적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도산으로 야기된 미국금융시장불안과 실물경제위축은 바로 그 신호탄이다. 일본경제는 여전히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중국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세계경제를 살리기 위한 선진국들의 정책조율은 논의만 요란할 뿐이다.
우리 경제의 앞날은 여전히 ‘시계(視界) 제로’상태다.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다. 그렇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거기에도 대비해야 한다.
큰 줄거리는 두가지일 것이다. 밖으로는 급변하는 대외여건 변화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다. 그리고 안으로는 신속한 구조조정이다. 그것은 강도와 속도가 문제다. 일부 외국에서의 긍정적 평가나 일시적 경제지표 호전에 들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망각한다면 우리는 경제회생의 마지막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김용정<논설위원>yjeong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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