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사님은 봄이 되면 얼굴이 검게 그을린다. 하루종일 봄볕 속에서 학교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다. 울타리 주변에 제비콩 수수 조를 심어 놓고 호박덩굴을 울타리에 올려 놓는다. 화단에는 칸나 해바라기 다알리아 등을 줄을 맞춰 심고 조롱박은 학교 건물 4층에서 줄을 내려 건물벽에 달아 놓는다. 국화모종 수십그루도 구해다 심어놓고 거기다 줄 거름을 만드느라 바쁘다. 아이들은 이렇게 김기사님이 심어놓은 곡식과 채소들을 보며 자연공부를 해왔다. 이제 그 모든 것들이 탐스럽게 열매를 맺었다. 지금 우리 학교 교정은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어 있다. 아름다운 조롱박이 조롱조롱 매달려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시고 국화 향기가 교정에 가득 퍼졌다.
김기사님은 얼마 전 잘익은 호박을 따서 아기를 낳은 선생님 사모님께 선물로 보냈다. 어제는 숙직실에 조롱박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선생님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김기사님을 보며 세상이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강신<안산시경일초등학교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