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황혜순/의사되는 외아들에게

  • 입력 1998년 11월 3일 19시 31분


간혹 네가 일하는 병원에 들러 흰 가운을 입은 네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의 마음은 흐뭇하기 그지없다.

아버지 없이 살아온 지난 20여년…. 우리 모자는 어둡고 긴 터널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헤맸다. 그런데 네가 이제 의젓한 의사가 된다고 생각하니 어둠이 가시고 밝은 빛이 보이는 것만 같구나. 하나뿐인 나의 아들아. 너를 뒷바라지하며 온갖 궂은 일을 하면서도 엄마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앞으로 전문의 과정이 남아 있지만 네 앞날을 위해 어떤 고난과 시련도 기꺼이 물리칠 각오가 되어 있단다.

사랑하는 아들아. 네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육신의 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도 어루만지는 의사가 되어 달라는 것이다. 지난날 우리 모자처럼 가난하고 소외당한 사람들을 사랑과 봉사로 돌봐주는 의사가 되었으면 한다. 또 좋은 여자를 만나 끝까지 사랑하고 오순도순 평화가 넘치는 가정을 꾸려다오. 절대 엄마는 걱정하지 말아라. 의사가 되어 내앞에 서있는 그 모습만으로도 너는 충분히 효도를 하고 있는 거란다.

벌써 밤10시다. 오늘도 흰 가운을 세탁하여 다려놓고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이 순간 엄마는 무척 행복하다.

황혜순(부산 연제구 연산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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