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종석/금강산사업은 남북경협 시험대

입력 1998-11-02 19:30수정 2009-09-2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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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의 명산인 금강산 관광을 우리가 소원하는 것은 단순히 유람이나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관광이 광범위한 남북교류를 실현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서이며 그것을 통해 남북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명예회장이 바로 이러한 우리의 바람을 싣고 북녘을 방문해서 남북경협과 민간교류의 중대한 물꼬를 트고 돌아왔다. 그는 북한과 광범위한 경협 및 친선교류에 합의했으며 김정일(金正日)로부터 합의사항의 원만한 이행을 직접 약속받았다. 정회장과 김정일의 면담은 금강산관광사업을 비롯한 제반 남북경협에 대한 북한 최고지도부의 깊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현대의 대북사업을 비롯한 향후 남북경협에 밝은 전망을 던져주는 대목이다.

▼ 양측 신뢰구축 힘써야

금강산관광사업의 실현은 아직도 냉전적 적대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매우 고무적이며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이 사업은 현대 특유의 추진력과 창조적 정책 사고 능력이 없었으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갖은 곡절 속에서도 정경분리원칙을 견지한 정부의 대북포용정책도 큰 힘이 되었다.

특히 현대는 경제난 타개를 위해서 북한지도부가 정책적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북한의 사업선호 방향을 잘 포착하여 오늘의 ‘성공’을 이루어냈다. 사실 북한의 정책변화는 김정일의 주관적 의지와 상관없이 생존을 위한 객관적 조건이 되고 있다. 그는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와 내부자원 고갈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여 살아남기 위해서 외부의 지원과 경제협력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김정일은 지난 몇년간 그의 ‘전사’인 주민들에게 충성과 효성을 요구하면서도 그 대가로 최소한의 물질적 삶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치명적인 곤란을 겪어왔다. 북한이 ‘적접지역(敵接地域)’이라는 안보와 체제위협 의식에도 불구하고 달러를 획득하기 위해 금강산개발을 허용한 것은 이러한 절박성과 그에 따른 변화 움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정회장의 방북성과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남북경협은 가속기를 단 셈이 되었다. 따라서 본격적인 남북경협시대의 개막도 멀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의 경협은 어떤 점들에 유의해야 할까.

첫째, 금강산관광사업 등 현대의 대북사업이 남북접촉과 경협의 긍정적인 선례로 작용하도록 애써야 한다. 만약 금강산관광사업을 통해서 양측 경제 주체간에 호혜관계가 구축되고 신뢰가 쌓여지며 북한이 그 이익을 체감하게 된다면 그것은 다음에 이루어지는 다른 경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남북의 신뢰회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북한이 경협을 정치논리가 아닌 시장경제논리에서 볼 수 있도록 관행화하는 것도 현대가 경협에서 맡은 중요한 몫이다. 이를 위해 현대는 당장의 합의에 들떠 조급히 서두르지 말고 신중히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둘째, 경협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행여 있을 수도 있는 국내기업간의 과당경쟁은 자제되어야 한다. 대북사업의 특수성으로 미루어볼 때 기업간 조율이나 정부의 중재 등을 통해서 과당경쟁을 지양해 나가야한다. 이는 우리가 북한진출시 발생하는 불필요한 투자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특히 필요하다.

셋째, 경협 등 민간교류가 책임있는 당국자간 대화와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민간교류가 남북간의 적대성을 해소하고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평화와 호혜적 관계를 제도화하는 일은 당국의 몫이라는 점에 항상 유념할 필요가 있다.

▼ 안보-화해노력 병행을

이제 우리는 그동안 바다밑으로 북한의 공작 잠수정만 오가던 동해의 해상 분단선을 가로질러 시장원리에 기초한 평화의 유람선을 북상시킴으로써 과거와 차원을 달리하는 적극적 대북정책을 선택했다.

여기서 이러한 적극적 평화전략을 구사할수록 우리가 새삼스레 둘러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안보의 중요성이다. ‘안보란 산소와 같은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있을 때는 그 중요성을 모르나 잃고 나면 모든 것을 다함께 잃게 되는 것이 안보다. 결국 튼튼한 안보와 일관된 화해노력의 병행은 적대적 남북관계를 안정적인 화해협력관계로 바꾸면서 ‘냉전의 고도’인 한반도를 탈냉전의 세계사 대열에 합류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종석(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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