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PC납품 교사비리

  • 입력 1998년 10월 27일 19시 29분


▼선생님은 식사도 하지 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는 걸로 아는 시절이 있다. 그만큼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선생님이 절대적 존재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얼마 가지 않아 ‘진실’을 알아버린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교장의 딸이 최고의 신부감이라는 통념도 빛을 잃고 있는 것 같다. 교장이라면 가정교육을 오죽 잘 시켰겠느냐는 믿음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던가.

▼아무리 교직에 대한 평가가 절하됐다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그래도 기대가 높은 편이다. 교사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면 더욱 큰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그 교사들이 또 도마에 올랐다. 고액과외 학원에 제자를 소개해준 대가로 돈을 받고 촌지 유무, 액수에 따라 학생을 차별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컴퓨터 납품비리가 불거졌다. 이제 교육계 비리를 거론하는 것조차 난감하다. 교단을 성실히 지키는 대다수 교사들에게 송구한 탓이다.

▼교육기자재 납품을 둘러싼 비리가 처음 드러난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종종 그런 일로 교육당국이 징계를 하는 등 서슬을 세운 예가 있다. 이번처럼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비리가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교묘한 수법이 동원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서울의 교장 교사 등 3백8명이 무더기로 징계된 이번 사건이 마지막 납품비리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교육계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적은 봉급 때문인가. 사회 전체가 타락한 마당에 교직만 고고할 수는 없다는 것인가. 수사기관은 교직의 특수성을 감안해 웬만하면 자체 징계에 맡기고 형사처벌을 가급적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배신당하는 꼴은 아닌지. 기본적으로 교직은 납품업무에 개입되지 않도록 해야 옳지 않을까.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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