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법사위]총풍…고문…감청…여야 양보없는 공방전

  • 입력 1998년 10월 27일 19시 28분


27일 국회 법사위의 서울지검 국정감사는 판문점총격요청사건 등을 놓고 최근 1개월여동안 여야가 지리하게 벌여온 정치공방을 그대로 압축해놓은 듯한 양상이었다.

여야의원들은 총격요청사건을 비롯, 고문의혹 경성특혜대출사건 불법감청문제 등을 한꺼번에 쏟아낸 뒤 밤늦게까지 한 치의 양보없는 치열한 백병전을 벌였다.

이 때문에 이날 서울지검 국감장에서는 하루종일 고성과 삿대질이 그치지 않았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역시 판문점총격요청사건.

감사가 시작되자마자 여당측은 한나라당 일부 의원의 감사자격 시비를 걸면서 초반 기선잡기에 나섰다.

국민회의 조찬형(趙贊衡)의원이 “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김찬진(金贊鎭)의원이 총격요청사건 구속자의 변호인으로 선임돼있는만큼 감사자격이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한나라당은 “초반부터 시비를 거는 것은 수사결과에 대해 여권이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라며 ‘시간끌기’를 중단하고 즉각 감사에 들어가자고 맞섰다.

고함과 삿대질로 국감장이 어수선해지면서 1시간여만에 첫번째 정회사태가 빚어졌다.

가까스로 감사가 속개돼 박순용(朴舜用)서울지검장이 업무보고를 하려는 순간 이번에는 야당측의 벌떼같은 공세가 시작됐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의원은 “어제의 총격요청사건 수사결과 발표문을 보면 어느 곳에서도 ‘총격요청’이라는 말이 없는데 왜 사건 제목을 총격요청사건이라고 했느냐”고 호통을 쳤다.

곧바로 정형근(鄭亨根)의원이 “대한민국 검찰이 함부로 사건 이름을 붙여도 되느냐”며 흥분, 여야간에 반말이 오가면서 또다시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이어 본격적인 여야간의 공방전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사건은 ‘이회창(李會昌)죽이기’음모아래 진행된 ‘고문날조극’”이라며 이종찬안기부장을 비롯한 안기부 수사관계자의 구속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들은 “이 사건은 국가전복을 기도한 국기문란사건”이라고 규정한 뒤 철저한 배후수사, 특히 한나라당 이총재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여당 의원들은 총격요청 피의자 3인방과 이총재의 관련 여부, 한나라당의 변호인접견을 내세운 검찰수사방해 문제를 집중 거론했으며 96년 4·11총선 직전 북한군의 비무장지대 무력시위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의사를 묻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의원은 “이 사건은 야당말살을 위한 국민기만 조작날조극으로 고문조작의 진상부터 규명해야 한다”며 피의자 3인과 안기부 수사관 4명, 서울구치소 의무실의사 김기영씨에 대한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최연희 홍준표의원은 “이 사건이 결국은 국가보안법상의 회합 통신죄를 적용, 기소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는데도 안기부 검찰 여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사건을 침소봉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조순형(趙舜衡)의원은 “이 사건은 실정법상 적과 내통해 외환을 통해 집권을 기도한 사실상의 국가전복기도사건”이라며 “이회창총재와 한나라당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섰다.

조찬형의원은 “구속된 3명이 대선때 이총재와 여러차례 접촉한 사실에 비추어 배후세력이 없다는 것은 소도 웃을 일”이라며 이총재에 대한 검찰의 수사계획여부를 물었고 이기문(李基文)의원은 “한나라당의 이적(利敵)관련성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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