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세희/中-대만 회담 성과와 교훈

  • 입력 1998년 10월 21일 19시 48분


중단된 지 3년만에 중국과 대만간의 최고위급 회담이 닷새 동안 열렸다.

상하이에서의 중국 해협회(海峽會)회장과 대만 해기회(海基會)회장과의 회담과 베이징에서의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과 해기회장과의 대화가 그것이다.

해협회와 해기회는 비록 민간기구의 모자를 쓰고 있지만 중국과 대만간의 유일한 공식적인 접촉기관이다.

회담 결과는 예상대로 대만은 중국의 한 개 성(省)에 불과하므로 독립된 주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중국의 기본 입장과 국가로서 주권을 행사해온 정치적 실체라는 대만의 주장이 맞섬으로써 별 성과 없이 끝났다.

▼ 접촉 재개-회동 정례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대화의 정례회동, 이번 회담으로 대륙과 대만간의 접촉을 다시 연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성과는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중국과 대만관계는 당사자들의 국력 차이나 내부적 상황 그리고 국제적 위치 등에서 남북한 관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는 유사성도 많고 또한 이웃의 일이라서 한반도 문제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수 없다.

실제로 이번 회담은 몇가지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다.

우선 이번 회담에 임하는 양측의 태도상 차이를 들 수 있다. 중국은 정치문제를 의제로 삼으려 할 만큼 통일논의를 서두르는 인상을 준 반면 대만은 통일문제에 관한 한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는 대만통합 없이는 강대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가질 수 없다는 중국의 자존심과 국가적 숙원을 조속히 달성해 보겠다는 장주석의 야심도 작용하였으리라 보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대만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태도변화도 큰 요인으로 보인다.

즉 1988년 리덩후이(李登輝)가 국민당의 주석과 대만의 총통이 된 이후 추진되어온 대만 정치의 대만화(臺灣化)와 특히 1996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직접선거에 의해 그가 총통에 당선되면서 확산된 대만의 민주화는 대륙이 민주화되고 경제적으로도 부유하게 되기 전에는 통일이 꼭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대만 사람들이 갖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현재 홍콩의 경기가 계속 침체되어 가고 있는데 많은 대만사람이 그 원인이 IMF사태에 있다기보다는 홍콩의 중국 귀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대만이 이처럼 대륙과의 대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에 응한 이유인데 그 관건은 역시 미국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은 작년과 금년 장주석의 미국방문과 클린턴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성사시킴으로써 미국과의 관계를 크게 개선시켰다.

특히 클린턴이 대만의 독립 반대,두개의 중국정책 반대,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반대라는 이른바 3불정책(三不政策)을 재확인함으로써 미국의 암묵적인 보호에 대한 대만의 신뢰가 흔들리게 되었고 그 결과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라도 대화에 응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편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도 강압적인 방법보다는 평화적으로 대만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가도록 종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이와 같은 역할은 최근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 정부가 남북한을 오가며 조정할 ‘한반도 문제 조정관’ 내지 ‘한반도 특사’를 임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주목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중―대만 회담이 주는 세번째 시사점은 통일이란 과연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경제와 인적 교류라는 점에서 보면 중국의 경우는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앞서가고 있다.

▼ 남북 경제-인적 교류를

중국은 대만에는 두번째로 큰 교역대상국이고 대만은 중국의 5대 교역국으로서 관계가 나빴던 지난 3년간에도 계속 교역량이 늘어 매년 2백억달러를 훨씬 넘고 있으며 대만의 대중투자액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 10년간 본토를 방문한 대만인의 수는 1천만명, 본토에서 대만을 방문한 인원도 20만명이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통합의 문제에 들어가면 서로 한 치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가 이러할진대 우리는 분명히 통일을 너무도 쉽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세희(한양대 아태지역학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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