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의 경제회견

동아일보 입력 1998-09-28 19:06수정 2009-09-2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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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 악화로 제2의 환란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경제기자회견을 가졌다. 온국민이 국가경제의 미래에 대해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경제회복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은 고무적이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경제의 틀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새로 짜겠다는 정책방향도 옳다.

대통령의 분석대로 거시경제 지표는 상당히 개선됐다. 환율 물가 금리 모두가 환란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안정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정부의 각종 처방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고 국제적 여건은 더욱 불안해진 것이 현실이다. 국민에게 낙관적 메시지를 통해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좋지만 현상파악이 실제와 괴리가 있다는 일부 지적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금융 기업 노동 공공 등 4대부문 개혁이 경제회복의 선결과제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맞다. 문제는 실천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재벌의 구조조정도 국민적 공감을 얻을 만큼 가시적이지 못하다. 국제경쟁력이 있는 기업 외에는 모두 퇴출시킨다는 것이 대통령의 재벌구조조정 방향이지만 현실을 감안할 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금융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정부는 당초보다 관대해졌고 그나마 시한을 목전에 둔 채 난항중이다. 정부부문의 인원삭감 계획만 해도 공공이나 일반기업에 못미치고 있다.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연말까지 정부의 4대부문 개혁이 완성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산적한 경제문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을 내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수출대책이나 중소기업 지원책, 금융경색 해소방안 등이 그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에서 겉돌거나 제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재정적자를 통한 경기부양책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 영향으로 기업구조조정이 뒷걸음칠 때에 대비한 강력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뒤엉켜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경제현안들을 어떻게 풀 것인지 앞으로 보다 구체적인 방향제시가 있었으면 한다.

대통령의 회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회견처럼 정부가 어떤 의지로 어떻게 난국을 풀어나갈지를 국민 앞에 다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정책집행의 힘을 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경제회복은 국민과 정부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일이다. 이번 회견이 경제회복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희망은 믿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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