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국민가수 故김정구

입력 1998-09-27 19:58수정 2009-09-2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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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대중가수는 그룹 H.O.T였다. 2집 앨범 ‘행복’이 1백50만장이나 팔렸다. 그러나 현대가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시대임을 반영이나 하듯 PC통신에는 ‘H.O.T를 듣고 있으면 행복하다’는 의견부터 ‘건방지고 애들이나 좋아할 노래가 싫다’는 견해까지 상반된 반응이 교차한다. 국민적 환호는커녕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90년대 대중음악이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중은 몇몇 인기가수의 노래를 눈물을 흘리며 함께 불렀다. 서슴없이 ‘국민가수’로 부르기도 했다. 김정구(金貞九) 이미자 조용필 등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노래는 그 시대 민중의 정서를 기막히게 표출해 냈다. 그 민중에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었다. 요즘 대중가요가 특정세대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과는 달랐다.

▼25일 타계한 원로가수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도 민중의 정서를 담아냈기에 국민가요가 될 수 있었다. 이 노래의 작사자는 일제시대 악극단 예원좌의 일원이었던 이시우였다. 독립군에 가담한 남편의 뒤를 쫓아 두만강을 건넜던 아내가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고 두만강변 투먼(圖們)의 한 여인숙에서 밤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 사연을 이시우가 노래말로 만든 것이다.

▼나라 잃은 민족의 슬픔을 그린 ‘눈물 젖은 두만강’은 해방 후 분단과 실향의 아픔을 상징하는 노래로 세대를 초월해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 그 자신 실향민인 김정구는 통일이 되면 고향 원산(元山)에 묻어줄 것을 유언했다고 한다. 그의 유언이 아니더라도 도문 건너편 북한땅 두만강가에 ‘눈물 젖은 두만강’ 노래비를 세울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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