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약회사 바이어사는 설립 33년만에 아스피린 개발이라는 대어를 낚았다. 이 약은 1899년 시판되면서 인류를 각종 통증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공헌했다. 판매량을 연결하면 지구와 달의 왕복거리에 이른다는 아스피린의 효능범위는 아직도 한계가 밝혀지지 않을 만큼 광범위해 신비스러운 약품으로 여겨진다. 바이어사는 이 약품 하나로 30여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다국적 화학제품기업으로 성장했다.
▼한번 성공하면 완전히 ‘팔자’를 고칠 수 있는 신약개발은 기업과 연구원 모두에 필생의 꿈이다. 그러나 성공가능성도 불확실한 판에 수천억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을 퍼붓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LG화학이 개발한 퀴놀론계 항생제가 세계적 효능을 인정받은 국산신약 1호로 떠오른 것은 대견스러운 일이다.
▼LG화학의 신약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얻어 3단계 임상실험을 시작했다. 정식 시판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남아 있지만 성공한다면 연간 수조원의 떼돈이 굴러들어온다. 부가가치도 높아 포항제철같은 공장 열개가 벌어들이는 것보다 수익이 높다고 한다. 환란 이후 풀죽은 국민의 마음이 벌써 이 약으로 치료되기 시작한 느낌이다. 연구진에 큰 박수를 보낸다.
이규민<논설위원〉kyu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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