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현진/국제금융과 르윈스키

  • 입력 1998년 9월 23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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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모니카 르윈스키가 아시아경제의 숨통을 터주었다?”

최근 경제전문가들 사이에 ‘뼈 있는 농담’으로 회자되는 얘기다.

르윈스키 스캔들 사건으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지도력이 약해지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해석이 깔려 있다.

이들은 미국 달러화가 약세로, 일본의 엔화는 강세로 돌아선 것도 클린턴이 이른바 ‘지퍼게이트’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동안 엔화 약세 때문에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했던 한국으로서는 엔화 강세가 일단 호재다. 내수시장 몰락으로 수출에 사활을 건 다른 아시아국가도 마찬가지.

그러나 이같은 농담이 회자되는 이면에는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체제가 한계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공감대가 짙게 깔려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실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미국 주도의 자유로운 국제금융의 흐름이 국제금융시장의 널뛰기 현상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도 21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내년까지 국제질서수립을 위한 신(新)브레턴우즈체제를 마련하자”며 “여기에는 개도국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 주도의 IMF체제를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특히 미국의 지도력 약화로 일본 유럽 아시아 국가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면 미국의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에 따라 미국에 집중된 자본들이 여타국가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클린턴대통령의 지도력 약화로 인해 IMF관리체제하의 국가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을 우려도 있다는 반론도 공존한다.

아무튼 르윈스키 스캔들이 세계경제의 새로운 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경제의 변수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실감케 한다.

박현진<경제부>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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