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이진수/딸의「진가」알아볼 청년 나타나길…

  • 입력 1998년 9월 15일 19시 42분


딸이 오랫동안 사귀어 오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스물아홉살이 된 이 가을에.

괴로워하는 딸을 곁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가슴도 딸 못지 않게 쓰리다.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둘은 대학때 만났다. 친구로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잘못된 생각이었다.

동갑네들이 흔히 그렇듯이 딸아이가 먼저 취직을 했다. 친구가 사회에 발을 내딛기를 기다리며 딸이 힘겨워 할 때도 나는 그들의 순수했던 첫 만남을 기억하고 있었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때였다. 그들은 음악서클 멤버로서 함께 책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드디어 책이 완성되는 날, 딸에게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편지를 보는 순간, 그 아이가 우리 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딸의 첫사랑은 엄마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나는 보지도 못한 그 아이를 같이 사랑했고 딸이 슬플 때 같이 가슴앓이를 했다.

젊은 날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 언젠가 그 아이도 자신이 놓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을 것이다. 마음씨 착하고 재주 많은 딸아이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좋은 젊은이가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 행운의 청년이.

이진수<서울 송파구 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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