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해태 이호성-OB 김동주 「가을의 전설」

  • 입력 1998년 9월 15일 19시 26분


해태와 OB가 바닥권에서 기던 6,7월. 김응룡 김인식 감독은 “한명때문에 죽겠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호성(31·해태)과 김동주(22·OB)가 바로 그 두 감독의 애물단지.

그 얘기를 들었을까. 이들이 요즘 ‘감독님, 그동안 속썩인 것 만회하렵니다’라는 듯 ‘가을의 전설’을 만들고 있다.

힘이 장사인 이호성은 그동안 몸이 뻣뻣해 잔부상에 곧잘 시달려왔다. ‘돌아온 삼손’도 다소 비아냥섞인 별명.

8월22일 광주 OB전에서 첫 홈런이 터지자 조금씩 타격감각이 되살아났다. 이때부터 3홈런, 18타점, 0.293을 몰아쳤다.

팀도 이때부터 서서히 살아나 15일 현재 4위 한화를 1.5게임차로 쫓는 5위.

해태는 전통적으로 고참의 몫이 크고 살얼음판 승부에서 대포 한방으로 승부를 가리는 팀. 하지만 올핸 ‘군기반장’ 이순철이 삼성으로 떠나버렸고 전력의 70%라던 이종범마저 빠졌다.

바로 이런 해태의 전통을 지탱해주는 마지막 보루가 이호성.

김동주도 지난달 21일 잠실 롯데전에서 홈런을 친 뒤 8홈런, 18타점을 연달아 터뜨리고 있다. 비결은 상대 투수의 유인구에 속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공만 노리는 것. 선구안이 좋아진 것이다.홈런 공동선두 우즈에 김동주까지 가세하면서 OB는 힘을 얻었고 4강을 향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김동주는 아마와 달리 매일 경기가 열리는 프로에 적응하지 못했다. 스스로 실수를 되돌아보고 자신을 추스를 겨를이 없었다.

또 아무 공이나 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아마 시절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게다가 ‘신인왕 0순위’란 정신적 부담감까지.

하지만 그는 경험으로 이겨냈다. 부드러운 스윙이 힘을 얻고 있다. 그저 뒤늦게 깨달은 것이 마음에 걸릴 뿐.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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