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순간의 선택이 갈라놓은 운명 「슬라이딩…」

  • 입력 1998년 9월 3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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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코미디 ‘이휘재의 인생극장’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게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5일 개봉되는 ‘슬라이딩 도어즈(Sliding Doors)’는 간발의 차로 지하철을 탔을 때와 못탔을 때를 평행선 시간대(Parallel―time)에 씨줄 날줄처럼 엮은 기발한 영화다. 예쁜 여배우 기네스 펠트로의 인생극장이랄까. 프로스트 시 속의 ‘가지 않은 길’을 영화의 힘으로 가는 것 같은.

어느 재수없는 날. 커리어우먼 헬렌(기네스 펠트로 분)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출근과 동시에 해고를 당한다.

영화속 대사에 나오듯 행복과 불행은 암수 한 몸인 것. 운좋게 지하철을 잡아타고 집에 일찍 왔더니 엉뚱한 불행이 기다리고 있다. 같은 시각 지하철을 놓친 또하나의 헬렌에게는 또다른 삶이 다가오고….

이같은 얼터너티브 리얼리티(Alternative―reality)가 전혀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키에슬로프스키는 82년작 ‘눈 먼 기회’에서 한 남자가 기차를 타느냐 못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세가지 인생을 그린바 있다.

‘슬라이딩…’의 각본 연출을 맡은 피터 호윗은 우연한 교통사고 이후 삶이 한순간에 바뀔 수 있음을 깨닫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

새 운명을 만나는 오프닝 신의 엘리베이터 장면과 그 남자를 다시 만나는 라스트 신은 뫼비우스의 띠(앞뒤 구분없이 영원히 이어지는 띠)를 연상케하는 절묘한 배합. 인생은 새옹지마요,한순간의 꿈이라는 옛말이 절로 떠오른다.

올해 피플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물 50인’중의 하나이며 ‘98년의 오드리 헵번’이라고 불리는 기네스 펠트로의 상큼한 매력을 감상하는 것도 영화보는 재미다. 한때 브래드 피트의 연인이었던 펠트로는 지금 할리우드의 새별 벤 애플렉과 목하 열애중.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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