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무가내 지역이기주의

  • 입력 1998년 8월 26일 19시 53분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팔당호 등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관리특별대책안’에 대한 공청회가 한강상류지역 주민들의 공청회장 점거농성으로 무산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환경부가 마련한 특별대책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오히려 공청회에 참가해 자신들의 의견을 당당히 밝히는 것이 순서다. 다수의 물리적 힘으로 공청회를 원천봉쇄한 것은 비민주적인 행동일 뿐만 아니라 다른 한쪽의 이해당사자인 서울 수도권 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의견개진 기회까지 박탈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팔당호 수질문제는 결코 지역이기주의로 맞서거나 다툴 성격이 아니다. 전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서울 수도권 주민 2천만명의 유일한 식수원이 바로 팔당호다. 그 식수원의 수질이 날로 악화돼 현재의 2급수에서 3급수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국가적으로도 절박하고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환경부가 마련한 특별대책안은 팔당호 등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담고 있다. 그동안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도 팔당호 수질이 계속 악화돼 온 원인은 환경기초시설 건설속도가 오염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데다 하수처리시설을 거치지 않고 농지 등에서 팔당호로 흘러드는 이른바 비점(非點)오염원 등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번 환경부 대책안은 환경기초시설의 대폭 확충과 함께 한강수계 양안의 일정폭을 ‘수변지역’으로 지정함으로써 자연정화기능을 강화하는 등 오염예방책을 강구한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지역별 오염총량제도입도 획기적이다.

특히 팔당호 물을 마시는 서울 수도권주민들에게 연간 2천억원의 ‘원수부담금’을 징수해 한강상류주민들을 지원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는 한강 상류와 하류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나눠 짐으로써 함께 잘 살자는 공영(共榮)의 정신을 담은 것이다. 한두해가 아니라 앞으로 무기한 매년 2천억원씩의 원수부담금을 문다는 것은 서울 수도권주민들로서는 결코 작은 부담이 아니다. 한강상류 주민들도 규제에 따른 불편은 있겠지만 대신 연간 2천억원씩 무기한으로 지원받아 지역발전에 상당한 도움을 얻게 된다.

분명한 것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팔당호 수질은 개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대전제 위에서 한강 상하류 주민들도 지혜를 모으고 타협과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공청회를 다시 열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되 지역이기주의에 질질 끌려 다녀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2천만 서울 수도권 주민들의 맑은 물 마실 권리가 지역이기주의의 인질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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