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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8월 20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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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수출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경기부양책이 논의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재정의 역할 가운데서도 그같은 경기조절은 큰 몫을 차지한다. 성장률이 마이너스 5% 이하로 떨어지고 실업자마저 급증하고 있어 경기부양론은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한마디로 지금은 부양책을 쓸 때가 아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지금은 부양책보다 구조적 부실을 도려내는 기업 금융의 구조조정이 급선무다. 현 경제위기의 본질은 지난 30여년간의 압축성장과정에서 누적된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적 취약성과 국제경제환경의 새로운 변화에 맞출 수 없는 제도와 관행에서 비롯됐다. 위기의 본질이 그렇다면 최우선 과제는 먼저 경제구조의 전면적 개혁과 제도적 모순을 뜯어고치는 일이다.
둘째, 부양책을 쓴다 해도 기업 금융부실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금이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지기 어렵다. 효과는 크지 않고 정책혼선을 불러 구조조정의 걸림돌만 된다. 섣부른 경기부양책은 기업들에 지금의 위기만 적당히 넘기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키워줄 뿐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개혁은 뒤죽박죽 차질을 빚고 고통의 기간만 더 길어진다.
지금은 총체적 개혁만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 극복의 유일한 돌파구이자 대안이다. 그 중심에는 기업 금융구조조정 등의 경제개혁과 노사개혁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정권 출범 초기의 정책혼선은 그렇다 치자. 그동안의 기업 금융구조조정은 핵심을 비켜났고 산업구조조정을 위한 대기업간의 사업교환인‘빅딜’도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정리해고제만 해도 노사정(勞使政)합의로 법제화까지 했으나 산업현장에서는 엉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자본이 계속 관망자세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가까스로 외환위기의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정작 본격적인 개혁과 그에 따른 고통은 이제부터다.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야 다시 살아날 수 있고 모든 낡은 것들의 창조적 파괴 없이는 경제체질을 바꿀 수 없다. 노사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부양은 구조조정을 끝낸 이후의 문제다. 비록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이 크고 각 이해집단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으나 개혁의 당위성이 어설픈 정치논리와 집단이기주의에 밀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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