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대학편입 땜질처방

  • 입력 1998년 8월 20일 19시 37분


대학에 들어가긴 했어도 학교에 불만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 남들은 명문대에 다닌다고 부러워하지만 정작 본인은 원하는 학과가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 경우도 있다. 명문대와 인기학과를 선호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나 공통된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도가 지나치다. 출신대학 등 학벌을 유난히 따지는 왜곡된 사회풍토가 빚어낸 결과다.

▼마음에 들지 않는 대학이나 학과에 들어간 학생들 중 상당수는 입학하자 마자 곧바로 편입시험 준비에 들어간다. 물론 학교 공부는 뒷전으로 미룬다. 더구나 대학들이 편입학 정원을 늘려 문호가 크게 넓어졌다. 시험준비도 재수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 대학 편입시험이 날로 과열될 수밖에 없다. 편입학 붐이 일면서 대학교육도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 올해 4년제 대학의 편입 정원은 8만명에 달했다.

▼따라서 교육부가 이번에 대학 편입학 제도를 고치겠다고 나선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정원을 대폭 줄이고 2학년 편입을 금지시켜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에는 몇가지 함정이 숨어 있다. 편입이 어려워지면 학생들은 재수 쪽으로 방향을 바꿔 재수생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편입시험은 더욱 치열해져 ‘전쟁’을 방불케 할 게 뻔하다.

▼더욱 모양새가 우스운 것은 교육부가 3년 전 학교선택권을 넓혀준다는 명분으로 편입학 문호를 대폭 확대한 뒤 다시 과거 수준으로 후퇴한 점이다. 교육부로서는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은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이런 대응방식은 원인치료를 외면한 땜질요법에 불과하다. 땜질은 땜질을 부른다. 좀 더 전향적인 대책이 아쉽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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