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선우중호/서울大 개혁의 방향과 취지

  • 입력 1998년 8월 6일 19시 49분


우리 사회는 세기적 전환기를 맞이하여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부문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며 대학의 개혁은 전통적인 발상 및 제도적 틀과 관행을 가지고는 헤쳐나가기 힘든 무한 경쟁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오늘날 한 국가의 위상은 학문 기술 문화 등의 영역에서 개발한 지적 자산의 양과 질에 의해서 결정되며 목전의 21세기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대학에서 우수한 인적 자원을 길러내고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하여 국가의 유 무형적 재산을 축적하는 것은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절실한 과제이며, 개혁의 주요 내용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 학사과정 폭넓은 교양 ▼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완수하는 과정에서 본교가 추진하고자 하는 연구중심 대학의 목표는 대학의 창조적 연구능력을 제고하고 고도산업사회에 필요한 고급인력 양성기능을 강화하여 사회에 공헌함은 물론 대학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이를 성공적으로 성취하기 위해서 교육체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학사 조직의 개편 및 입학제도의 개선 등 자구적 노력과 아울러 국가의 재정지원 확대가 수반되어야 한다.

먼저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교육과 연구기능의 유기적인 연계이며 학사과정 교육은 그 기초단계로서 의의가 크다. 학사과정은 학부대학에서 광범위한 교양 교육 및 기초 전공교육을 통해 각 학문 분야의 소양을 쌓고 기존 학과간의 벽을 넘어선 폭넓은 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창의성과 응용력을 배양하고 적성에 맞는 전공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대학 입학 때 전공을 결정하는데 따른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보완하며 학사과정에서 다진 여러 학문 분야에 대한 기초와 전공 선택 후 대학원 과정에서의 연구활동이 상승작용을 하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학부대학과 대학원간의 학문적 연계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연구와 교육의 유기적 기능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것이다.

대학원 과정은 기초학문 분야를 담당하는 일반대학원과 고도산업사회가 요구하는 고급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대학원 체제가 필요하며 그 교육은 분야에 따라 학사과정 3학년부터 혹은 대학원 1학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학사조직개편에서는 2+4제, 4+2제, 4+4제 등 여러 유형의 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으로 학생선발과 관련된 입시제도의 측면에서는 기존의 입시교육위주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학사과정의 경우 추천입학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이며, 여건이 완비되는 경우 2002년부터는 무시험전형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점수 위주의 학생선발 방식을 지양하여 지도적 자질과 인성,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것은 본교에 대한 역할 기대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대학원 학생 선발도 무시험전형을 적용함과 동시에 타교생에게도 일정비율을 할애함으로써 개방적인 교육체제를 지향할 것이다. 이러한 입시제도의 개선은 학사과정의 경우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면서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학력우수자보다는 지도력과 봉사정신, 그리고 창의성과 탐구적인 능력을 겸비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학원의 경우 유능한 학문 후속세대가 무시험으로 진학하고 대학교간에 교차입학이 확대됨으로써 불필요한 대학원 입시경쟁을 지양하여 학사과정 교육의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며, 지속적인 교육 연구활동이 보장되어 학문연구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 자체의 노력과 함께 고등교육 학제 개편 및 관계법령 개정 등 제도적 뒷받침과 아울러 정부의 획기적인 예산지원이 필수적인 요건이다.

▼ 전공 상호연계성 강조 ▼

결국 서울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개편하는 방안의 취지는 1학년부터 지나치게 세분된 학과 중심의 교육이 갖는 경직성으로부터 탈피하고 학사과정에서의 폭넓은 교양 기초교육과 이를 토대로 한 대학원과정의 심화된 전공영역 연구간에 상호 연계성을 강화하여 학문 연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소홀해지기 쉬운 기초학문과 산업사회가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분야의 균형적 발전도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

선우중호<서울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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