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학교 개혁 논란

  • 입력 1998년 7월 30일 19시 32분


우리 교육 전반에 혁명적 변화를 몰고올 서울대 구조조정안이 발표됐다. 2002년부터 서울대를 대학원 중심으로 개편하고 학부 신입생 전원을 무시험으로 선발한다는 내용이다. 실천에 옮겨지면 기존 교육의 틀을 허물어 새 판을 짜는 것과 같은 위력을 지닌다. 정부는 주요 명문대들을 대학원중심 체제로 전환시켜 고질적인 ‘명문대 병’을 고치고 교육정상화를 꾀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서울대 개혁은 그 핵심작업에 해당한다.

워낙 대수술인 만큼 서울대 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구조조정안이 확정되기까지의 준비기간이 길지 않아 졸속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아직 열악한 교육풍토에서 생각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서울대 내부에서 교수들이 구조조정안에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런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공룡과도 같은 서울대 개편작업에 갈등과 진통이 뒤따르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인문대와 자연대 교수들이 구조조정안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은 일리가 있다고 본다. 학과 구분없이 입학한 학생들이 2학년을 마치고 전공을 선택할 때 법학이나 의학대학원에 집중 지원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반면에 인문대 자연대같은 기초학문 분야나 비인기학과는 정원에 미달하거나 지원자가 아예 없는 공동화현상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보완작업이 필요하다. 반발 교수들은 기초학문 분야를 독립시켜 학생을 모집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대학 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내에 의견수렴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학원 입시에서 빚어질 과열경쟁도 걱정거리다. 학부 2년을 마치고 입학하는 전문대학원에는 서울대 이외의 다른 대학 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원칙이다. 입시경쟁이 사라지지 않고 대학원으로 옮아가는 데 그친다면 개혁의 의미는 상실된다.

교장추천제 등 무시험 전형 또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운영을 제대로 못하면 뜻밖의 난관에 부닥칠 소지가 많다. 학생들의 재능과 특기를 평가하는 일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 한 잡음과 비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교별 학력차를 인정하는 문제도 차별 시비는 물론 고교 평준화정책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서울대 개혁이 교육계 전반에 미칠 충격과 파장은 크다. 다른 명문대의 대학원 개편 작업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런 만큼 이번 구조조정은 절대 서두르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 교육부도 조급하게 재촉하려 들지 말고 대학측에 충분한 여유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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