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IISS 전략문제논평]동아시아 군비감축의 득실

  • 입력 1998년 7월 24일 19시 44분


《 동아일보는 국제정세와 전략문제에 관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 독점계약으로 IISS의 간행물 전략문제논평(Strategic Comments)중 ‘동아시아의 경제위기가 이 지역 국방에 주는 시사점’을 요약 소개한다.》

동아시아의 경제위기는 이 지역의 군비(軍備)수요를 격감시켰다. 유럽과 미국의 군수업체에는 타격이 되었으나 중국의 이웃국가에 대한 군사적 우위는 높아졌다. 또 동아시아 각국 정부는 무기구매를 할 때 이것저것 따지게 되고 산업연관 효과도 생각하게 됐다. 무기 구매과정의 부정부패도 감소될 것이다.

97년에 시작된 금융위기 전부터 동아시아 지역 군비지출은 경제적인 영향을 받았다. 한국만 해도 97년 중반 경제성장이 기대에 못미치자 국방비 지출을 삭감하고 새 전투기 기종선택 등 주요 구매계획을 연기했다. 일본은 96년부터 시작된 국방 5개년계획예산에서 80억달러를 줄였고 태국도 96년과 97년 2년 연속 국방비지출을 95년 수준으로 동결했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들어서면서 98년 한국의 국방예산은 원화로는 작년보다 1.6% 증액됐으나 달러화 기준으로는 거의 3분의1이 줄었다. 47개 신규 프로젝트가 연기됐고 1백73개 군비구매계획도 순연됐다. 조기경보기 잠수함 등의 신규구입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고 미국제 다연장 로켓도입도 규모가 줄었다.

태국의 경우 98년 국방예산을 바트화 기준으로 당초 예정보다 4분의1을 줄였다. 말레이시아도 98회계연도에 국방비지출을 21% 줄였고 “현재와 같은 경제여건에서 새로운 군비구입은 없다”고 미국측에 통보했다. 필리핀도 군비현대화계획 책정 예산을 3분의1가량 축소했다. 대부분 ‘별도 비용’으로 충당돼오던 인도네시아의 군비구입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러시아제와 독일제 무기조달계획은 무기한 연기됐다.

반면 중국 싱가포르 대만은 아직 심각한 경제위기 타격을 받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은 올해 초 “경제발전을 위해 국방비지출을 최소화한다”고 밝혔으나 올해 국방예산은 12.9% 늘었다. 군사현대화가 중국의 정책에서 여전히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다.

대만도 군사력을 격감할 수 없는 노릇이다. 대만은 10억달러가 드는 미제 헬기 1백대 구입계획을 1년이상 연기했으나 다른 구매계획은 그렇지 않다. 싱가포르는 올해 국방예산을 실질적으로 증액했고 국내총생산(GDP)중 국방비 비중도 4.4%에서 4.6%로 높였다.

전체적으로는 안보여건이 급격히 바뀌지 않는 한 최소 3년간은 동아시아국가들이 국방비지출을 늘릴 수 없다. 일본이 전면적인 경기침체에 돌입하고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면 어떻게 될까. 동아시아국가들은 국방비지출과 무기구입을 더 줄여야 한다. 한국과 태국 등 군개혁을 추진하는 나라에서는 군비구입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부패가 줄어드는 이점도 있다. 동아시아 각국은 국가의 위상이나 정치적 이유에서 비롯된 군비구매 충동을 줄이고 어떤 분야가 가장 시급한 지 주의깊게 따지게 될 것이다.

〈정리〓윤희상기자〉he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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