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약 요구르트」 충격

동아일보 입력 1998-07-22 19:03수정 2009-09-2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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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백화점 식품매장에서 요구르트를 사 마신 초등학생이 살충제성분의 농약중독증세로 숨진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다. 아직 정확한 사건내용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어떤 이유와 원인이든간에 백화점 매장에 진열된 식품에 치명적인 농약이 들어 있었고 그것을 사 마신 어린이가 숨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제조 또는 판매상의 실수로 인한 것이 아닐 경우다. 경찰도 문제의 요구르트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용기가 아닌 종이팩에 담겨 있어 내용물의 색깔을 식별하기가 어렵다는 점과 현재까지는 다른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 등으로 보아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독극물투입사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누군가가 어떤 식으로든 요구르트 종이팩에 농약을 넣은 뒤 ‘아무나 마시고 당해라’며 백화점 식품진열대에 슬쩍 놓아 두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독극물범죄로는 10여년 전 미국의 타이레놀사건과 일본의 모리나가사건이 있었고 그후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독극물투입 협박사건이 몇 건 있었다. 대부분 제조 및 판매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한 범죄였으나 개중에는 정신질환자 등이 사회의 이목을 끌거나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는 방법으로 일을 저지른 경우도 없지 않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여러모로 뒤숭숭하고 불안정한 상태다.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노사갈등이 깊어지고 경제난으로 인한 가정파탄도 늘고 있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정치인과 지도층, 공직자들의 각종 비리가 드러나 일반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만약 이번 ‘농약 요구르트’사건이 우리가 우려하는대로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생겨난 이른바 ‘증오범죄’라면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경찰은 철저한 수사로 빨리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범죄가 개입된 사건이라면 조속히 범인을 검거해야 한다. 다른 범죄와는 달리 불특정 다수를 노린 범죄에는 유사한 범죄가 뒤따를 수 있다. 예상되는 모방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빨리 원인을 밝혀내고 범인을 검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죄꾼은 반드시 붙잡힌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모방범죄를 막을 수 있다.

식품 회사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독극물투입범죄에 대비하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씻어주기 위해 용기나 내용물의 형태를 바꾸는 등의 안전조치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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