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경제」에 밀리는 「환경」

  • 입력 1998년 7월 7일 19시 29분


지금까지 환경기준 강화방안만을 내놓던 환경부가 최근 이례적으로 ‘기준완화정책’을 소리없이 집행했다.

당초 이달 1일부터 광주 대전 등 16개 지역에 대해 0.5%이하 저황중유를 사용하도록 돼 있었으나 환경부는 부산 여수 광양을 제외한 13개 지역에 대해서는 1년간 유보조치를 내렸다. 또 농어촌시군지역도1%이하 저황중유를 사용하도록돼 있었지만 이 역시6개월간유보조치했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전국 모든 도시가 아황산가스 기준치인 0.03PPM을 만족시키는 등 오염도가 떨어지는 추세여서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면서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가 마지막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본격화한 올초부터 정부 관련부처와 여당에는 산업체에서 보내온 ‘환경 민원리스트’가 쌓여왔다.

공장가동률이 40%대에 머물 정도로 극심한 내수침체를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에서는 2000년 예정인 대형경유차 배출허용기준을 신규차량에만 적용하고 기존엔진은 2003년까지 유예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승용차 배출가스 보증기간 확대 적용시기의 연기도 요구했다.

한전도 99년 1월 이후 강화되는 대기배출 허용기준의 유예 및 완화를 요청했다.

심지어 산업자원부에서는 5월말 업계요청을 하나로 묶어 환경부에 앞으로 3년동안 대기오염 관련 규제를 사실상 유예해 줄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아무리 IMF체제라 하지만 ‘환경이냐 생존이냐’ 논쟁에서 ‘환경’이 너무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같다.

공종식<정치부>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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