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남대문상인들,외국손님에 「바디랭귀지」 옛말

  • 입력 1998년 7월 7일 19시 28분


조그만 점포 수백개가 밀집해 있는 남대문 시장의 조그마한 옷가게. 주인 정규숙씨(44·여)가 열심히 무언가를 들여다 보며 중얼거린다.

“리얼 바긴〓정말 싸다.” 다름 아닌 영어회화 교재. 정씨는 3년전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물건 값이나 제대로 말하려고 시작한 회화가 어느덧 옷의 품질이나 장단점까지 설명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요즘 남대문시장같은 재래시장에 영어나 일어 등 외국어 회화를 공부하는 상인들이 부쩍 늘어났다. 예전처럼 ‘골라 골라’를 외치며 외국인 옷소매를 붙잡고 온갖 보디랭귀지를 구사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인삼가게에서 판매를 담당하는 김세준씨(31)는 4년째 일본어 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구파. 우리말처럼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구사할 때까지 계속 배울 작정이라는 그는 일본인 관광객이 들어오자 유창한 솜씨를 과시한다.

“이젠 달라져야 할 때 아닙니까. 남들과 똑같아서는 살아남기 힘들어요.”

당연한 듯 툭 던지는 김씨의 말이 IMF한파를 극복하는 해답을 엿보게 한다.

〈정재균기자〉jung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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