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김미애/폐품팔아 소년가장 돕는 「참스승」

  • 입력 1998년 7월 6일 19시 56분


외출했다가 밤늦게 돌아온 남편이 잠을 못이루고 뒤척거리는 기색이었다. “여보. 무슨 걱정 있어요”라고 물었다. 남편은 낮에 길을 가다 방송통신고등학교 다닐 때의 선생님을 만났다며 얘기를 했다.

남편은 37세의 한참 늦은 나이에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그분은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을 따뜻하게 지도해 주신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일요일도 반납한 채 자기보다 나이많은 만학도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선생님을 한 고물상에서 만났단다. 허름한 작업복에 먼지로 얼룩진 시커먼 얼굴로 리어카를 끌고 계시더란다. 무얼 하고 계시느냐고 물어도 대답을 피하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월급에서 일부를 떼고 폐품을 재활용해 돈을 마련해 소년소녀 가장을 돕고 있다고.

자기보다 나이가 아래인 스승의 변치않는 제자사랑을 보고 얼마나 부끄러워 하는지…. 선생님처럼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자고 우리 부부는 늦은 밤에 손을 꼭 잡고 약속했다.

요즈음 사도가 땅에 떨어진 이때 정말 이런 선생님은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울산공고에 재직중인 신윤철선생님이다.

김미애(울산 남구 신정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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