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법사상 첫 女법정경위 한수영씨

  • 입력 1998년 7월 3일 19시 26분


“아직 모든 것이 새롭고 긴장되지만 여성의 장점을 살려 조금이라도 부드러운 법정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사법사상 처음으로 1일 여성 법정경위(9급)에 임명돼 또 하나의 금녀(禁女)의 벽을 허문 한수영(韓修永·24)씨의 포부.

딱딱하고 근엄한 법정에서는 개인의 인신과 각종 재산의 향방이 결정되는 만큼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늘 항의와 하소연으로 소란한 법정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 법정경위의 몫이다.

1895년 법원이 생긴 이후 1백년이 넘는 동안 법정경위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현재 전국 1백69개 법원에서 활동중인 법정경위 3백44명 모두가 남성.

법에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사회통념적으로 남성만 뽑아왔다는게 법원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한씨가 입을 여성용 제복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대법원은 ‘법정경위 복식과 근무규정에 관한 내규’를 고치기로 했다.

한씨는 3월25일 1백82명이 지원해 경쟁률 20.2대1을 기록한 공채시험에서 뽑힌 9명중 5등으로 합격했다.

이화여고와 고려보건전문대를 졸업하고 대기환경기사 2급 자격증과 위생사 면허를 취득한 재원.

한씨는 “가족이나 주변에 법조계 인사는 없지만 법정에 다녀본 친구나 친척 등을 통해 법정경위에 대해 알게 됐다”며 “태권도 등 잘하는 운동을 없지만 두려움이 없는 강인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한씨가 근무하는 것을 계기로 딱딱한 법정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성과가 좋으면 여성 법정경위의 채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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