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 내다팔기

동아일보 입력 1998-07-03 19:25수정 2009-09-2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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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공기업 민영화계획이 확정됐다. 포항제철 등 5개 공기업과 이들의 자회사 21개사가 이달중 즉각 매각절차에 들어가 경영권까지 완전히 민간에 넘어간다. 또 한국통신 등 6개사는 2002년까지 단계적으로 민영화된다. 1차 민영화 대상이 된 이들 기업은 수적으로는 전체 공기업의 30%지만 종업원수와 매출액 비중은 70%에 이른다.

정부는 이번 1차 민영화작업에 이어 이달 중순 2차 민영화대상 공기업을 확정한다. 또 기능조정과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공기업도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다. 이로써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은 급류를 타게 됐다.

공기업 개혁의 필요성은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도 없다. 얼마 전 감사원의 특감결과로도 사업관리나 조직관리, 인력운용, 예산편성과 집행, 회계처리, 책임경영 등 여러 측면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국가소유, 독점, 규제가 뒤엉켜 비효율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것이 오늘의 공기업 구조다. 부실 민간기업과 금융기관이 줄줄이 퇴출되는 마당에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부실 공기업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는 일이다.

공기업과 공공부문의 개혁 없이 우리 경제의 전면적 구조조정이라는 실질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민영화할 것은 과감하게 내다 팔고 통폐합할 것은 통폐합하며 조직정비와 인력감축이 필요한 공기업은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공기업 민영화를 너무 서둔 나머지 졸속이 되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공기업의 역할과 기능이 전적으로 무시돼서는 곤란하다. 외환위기 극복,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자금 마련이 시급하다고 해서 국가기간산업 및 국민생활과 직결된 사업을 아무렇게나 외국자본에 넘길 수는 없다.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역할, 시장경제 강화, 독과점적 시장지배와 경제력 집중 등의 문제도 다각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매각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분매각 자산매각 교환사채발행 등 매각 방법과 시기 등도 치밀하게 검토,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문제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공기업 민영화는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공기업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영국의 경험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영국은 민영화 대상기업수를 1년에 4개 이내로 제한했으며 민영화 방식도 일괄매각뿐만 아니라 분할매각 등을 활용했다. 전기 가스 통신 등의 산업은 독과점을 막기 위한 새로운 규제조항을 두었다. 민영화로 인한 공공성 침해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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