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50대에 해외 건설현장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어 일하다 지난봄 귀국한 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초조해 하고 있는데 딸이 안부전화를 걸어 왔다.
딸은 2년전 결혼했다. 단발머리 소녀적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엄마가 됐다. 아내로 며느리로 그리고 일터에서도 자기 몫을 다하는 힘든 생활을 하면서 수시로 아빠의 안부를 묻는 마음을 느끼며 흐뭇해진다.
딸은 음악에 자질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 사정때문에 뒷바라지를 못해 미안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더구나 아빠 직장 때문에 초등학교를 세번이나 옮겨야 했고 사춘기 때에는 첫번째 해외 근무 때문에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했다.
그런데도 딸은 무사히 학교생활을 거쳐 번듯한 직장을 구해 내 걱정을 덜어 주었다. 30여년의 사회생활이 끝나가면서 무기력을 느낀다. 하지만 전화선을 통해 전해오는 딸의 밝은 목소리가 활력을 되찾게 한다.
김삼섭(서울 강서구 화곡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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