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의 「협력」선언

  • 입력 1998년 6월 27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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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이 27일 베이징(北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협력 시대의 개막을 공식 선언했다. 오는 21세기의 세계 신질서가 적대적 대결이 아니라 협력과 선의의 경쟁으로 짜여질 것이라는 메시지다. 세계 2대 열강인 두 나라의 동반관계는 지구촌에 새 역사의 문을 열 수 있다. 특히 한반도 평화정착에 뜻을 같이 해온 두 나라 정상은 북한의 잠수정침투를 비판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중정상회담은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두 나라 지도자가 합의한 ‘건설적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구체화하는 의미를 갖는다. 대립보다는 협력이 양국의 국익을 함께 증진시킨다는 공동인식에서 이 정책이 채택됐다. 두 정상은 이날 공식회담에 이어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두 나라가 서로 핵미사일을 겨누지 않기로 합의했다면서 “미국과 중국은 더 이상 적대국이 아니라 동반자”라고 선언했다. 이는 핵확산 반대, 대량살상무기 감축 등의 합의와 함께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정치사에 큰 획으로 기록될 것이다.

두 정상의 만남에 즈음해 우리로서는 한반도문제 논의여부가 관심사였다. 이는 개혁 개방에 여념없는 중국과 세계평화 유지에 관여해온 미국에도 중요한 실질현안이다. 클린턴대통령은 장주석에게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대북한 조정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도발행동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두 정상은 이번 기회에 공식 비공식 협의를 통해 한반도 안정을 깨는 북한의 도발행위가 다시는 없도록 쐐기를 박아야 한다. 그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해 긴요하다.

미중 정상이 이날 아시아지역의 통화가치 절하를 막고 경제성장을 복원하기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합의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아시아에 몰아닥친 금융위기 속에 일본의 엔화가치가 계속 하락하는데도 중국이 위안(元)화를 평가절하하지 않는 것은 열강의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다. 더구나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8%로 정했지만 이미 이 목표 달성은 어려운 상황이다. 미행정부도 엔화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도록 일본과 공동대처해 중국측 노력에 화답한 셈이다. 일본도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이같은 국제적 공동대처에 적극 합류해야 한다. 이런 협력분위기가 없다면 아시아는 물론 세계경제는 살아날 길이 없다.

두 정상의 만남이 자칫하면 대국중심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의견을 같이했다면 작은 나라들의 이익을 도외시하는 열강정치의 청산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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