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軍작전 민간어선 동원

  • 입력 1998년 6월 26일 20시 37분


22일 강원 속초 앞바다에서 발견된 북한 잠수정의 예인과정에서 군이 민간어선을 동원한 데 대해 ‘작은’ 논란이 일고 있다.

동일호와 함께 잠수정을 발견한 용신호 선장 김중길(金重吉·41)씨는 잠수정 예인과정에 동원된 사실을 다소 ‘불만스럽게’ 털어놓았다.

김씨는 “22일 현장에 출동한 해군 함선 관계자들이 어선에 병력과 로프 및 와이어를 싣고는 잠수함에 연결하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의 거듭된 요청으로 목숨을 걸고 두차례에 걸쳐 잠수함에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작업 당시 주변에는 10여척의 해경정과 초계정을 비롯해 대잠(對潛)헬기까지 있었지만 잠수정에 접근하지 않고 ‘엄호’만 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예인함의 함장은 다른 맥락으로 설명했다.

“군함이 높이 때문에 잠수정에 접근하기 어렵고 사고해역에 1.5m 이상의 높은 파도가 일어 보트를 내리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해가 지기 전에 신속하게 작업을 해야했기 때문에 함대사령부에서 주변의 어선과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합참 관계자는 “사고해역은 군사작전 구역으로 평소 민과 군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고 그런 관행이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 대해 “군이 감당하기에도 위험한 상황에 비무장 민간인을 동원한 것은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군이 고의로 민간인만 사지(死地)로 몬 것은 아니었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긴급작전시 민간인의 협조를 구하는 방식과 범위, 한계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볼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윤상호<사회부>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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