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뉴욕타임스]세기말의 부문별 순위매기기

  • 입력 1998년 6월 21일 19시 20분


▼뉴욕 타임스▼

미국영화연구소(AFI)가 미국영화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해 ‘역대 미국영화 걸작 1백편’을 선정했다.

이에 대해 영화비평가들은 “전에 출시된 비디오를 다시 팔기 위한 영화사들의 판매책략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종류의 선정에서는 대체로 심사위원의 생애중 발표된 작품이 보다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를 고려하더라도 이번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불공정했다.

1백대 영화 가운데 무성영화는 찰리 채플린의 작품 3편을 포함해 단지 4편에 불과했다. AFI는 케빈 코스트너 감독의 ‘늑대와 함께 춤을’이 DW 그리피스 감독의 ‘불관용(不寬容)’보다 영화사적으로 중요하다고 평가했으나 이는 흥행실적을 기준으로 할 때만 타당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20세기가 끝날 때까지는 최고의 문학작품, 가장 맛있는 스낵 등 온갖 항목에 대한 순위매기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도 이달초 만화 ‘심슨가족’의 주인공 바트 심슨을 ‘20세기의 문화예술인 20인’의 하나로 선정하는 등 여기에 끼여들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95년 ‘지난 1천년간 가장 위대한 인물’로 몽골제국을 건국한 칭기즈칸을 선정했다.

최근 역사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금세기 가장 중요한 인물’로 아돌프 히틀러가 선정됐다.

대부분 권선징악(勸善懲惡)으로 끝나는 할리우드 영화에서와는 달리 역사는 항상 선한 자의 편은 아닌 것 같다.

〈정리〓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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