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신지선/지하철서 기절한 동생

  • 입력 1998년 6월 19일 07시 46분


엊그제 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하철역인데 도저히 걸어갈 수가 없다며 나와 달라고. 지하철역으로 달려가 보니 동생은 땀이 뒤범벅이 되어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자초지종을 들었다. 시험준비로 밤을 새고 빈혈까지 있어 학교에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승객들이 힐끔힐끔 쳐다보는 가운데 지하철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는 것이다.

동생은 온 힘을 다해 일어나 기다시피 지하철에서 빠져나와 겨우 의자에 앉았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 하나 동생을 부축해 주는 이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어린 학생이 지하철 안에서 쓰러졌는데 어른이고 젊은 사람이고 어떻게 쳐다만 보고 모른 체 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무슨 전염병 환자도 아니고 잠시 기절한 것 뿐인데. 우리 사회의 이기주의가 이 정도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쓰러진 동생을 외면했던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여러분에게도 가족이 있고 그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길이건 버스이건 지하철안에서건 누군가 쓰러져 있다면 도와주십시오.”

신지선(영등포구 여의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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