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현장 지구촌리포트 16]IBM 「e-비즈니스」

  • 입력 1998년 5월 20일 19시 28분


미국 뉴욕주 호손에 있는 IBM 본부 한 귀퉁이에는 지난해말 파란색 줄무늬가 외벽에 그려진 새 건물이 들어섰다. 이 건물은 바로 IBM의 새로운 경영 이념이며 슬로건인 ‘e―비즈니스’사업본부.

IBM 홍보담당인 프랜신 울부릭은 “루 거스너 회장이 93년 IBM의 변화를 선언하면서 본부 건물을 공중에서 보면 번개 모양으로 만들었듯이 파란색 줄무늬의 건물은 IBM의 또 다른 변화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1914년 IBM이 호손이라는 자그마한 도시에 처음 터를 잡은 이래 이곳은 컴퓨터 세계의 발전과 변화를 보여주는 메카가 되었다.

‘빅 블루의 변신이 정보 사회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 IBM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세계 정보통신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파란색(블루)은 IBM을 상징하는 색깔이며 빅 블루는 IBM의 애칭.

IBM 변화의 화두가 바로 ‘e―비즈니스’다. IBM 사람끼리는 ‘새로운 파란색(New Blue)’이라고 하면 바로 e―비즈니스를 뜻한다.

세계 1백63개국에 영업망을 갖추고 직원 24만명에 지난해 매출 7백85억달러, 순이익 61억달러를 기록한 IBM에도 가혹한 시련기가 있었다.

85년부터 불어닥친 컴퓨터의 소형화와 새로운 경쟁업체가 출현했지만 IBM은 여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세계 시장에서 IBM의 명성이 급격히 퇴조했다.

IBM은 뒤늦게 위기를 깨닫고 혹독한 구조조정과 뼈를 깎는 경영혁신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85년부터 92년까지 7년동안 10만명의 인원을 정리해고했고 제조시설을 30% 줄였으며 7만5천명을 새 기술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재교육시켰다.

93년 루 거스너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소위 ‘2차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95년까지 2년동안 8만5천여명의 직원이 IBM을 떠났으며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외부에 매각했다.

IBM은 ‘대형 컴퓨터(메인프레임)의 강자’란 환상에서 깨어나 ‘네트워크화된 컴퓨터’를 새로운 구호로 내걸었다.

IBM은 지난해 또 다른 변신을 위한 이념으로 ‘e―비즈니스’를 표방했다. ‘빅 블루가 빅 아이언(메인프레임)을 버리고 e―비즈니스로 새로운 블루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IBM은 e―비즈니스를 ‘인터넷과 정보기술을 결합시켜 기업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한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사이버 세계의 개막을 맞아 △기업의 경영 효율을 높이고 △고객만족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통신 수단이라는 얘기다.

IBM은 모든 분야에 e―비즈니스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제조업은물론 교육의료행정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하늘 아래 이뤄지는 모든 일이 e―비즈니스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전망이다.

e―비즈니스는 우선 비용을 줄여준다. 가령 은행에서 1건의 거래를 처리하기 위해 △일반 은행창구에서는 1.07달러가 들고 △전화는 0.54달러 △PC는 0.26달러가 드는 반면 인터넷은 단지 1센트가 필요할 뿐이다. 비용을 전통적인 방법보다 1%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바로 e―비즈니스의 위력이다.

업무의 효율성도 높아졌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e―비즈니스를 바탕으로 한 자재구매시스템을 도입해 납품업체 물색에서부터 계약에 이르기까지 평균 한달 걸리던 것을 4∼12일로 줄였다. 시간을 줄여 구매 원가도 20% 정도 절약했다. 시간이 결국 돈이었던 셈이다.

고객만족을 위해 정보통신 수단을 사용하는 것도 기업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페덱스는 고객이 부친 수화물을 인터넷을 통해 어디쯤 가고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도록 했다. 하루에 60만명의 고객이 인터넷 수화물 확인서비스를 이용한다. 고객만족도가 높아졌으며 상대적으로 고객지원 비용은 낮아졌다.

데이비드 리더바흐 이사(인터넷 사업 마케팅 담당)는 “e―비즈니스는 결코 고정된 하나의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는 아니다”고 강조하고 “결국 시장에 의한, 시장을 위한 해결도구이면 모두 e―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IBM은 지난해 이후 모든 컴퓨터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e―비즈니스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했다. 대형 서버에서 전자우편 소프트웨어까지 e―비즈니스를 위한 제품군으로 계열화했다. 또 산업별로 알맞는 e―비즈니스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와 함께 세계 1천여곳에 IBM의 글로벌 통신망으로 들어올 수 있는 접속점을 만들고 9백50만대의 컴퓨터에 대한 기술 지원도 인터넷으로 하기 시작했다.

e―비즈니스로 스스로를 변화시킨 IBM은 지구촌 모든 기업을 e―비즈니스로 변화시키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소머스,호손〓김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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