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호주 「어린이 교통교육」

  • 입력 1998년 5월 11일 19시 46분


4월27일 오전 8시경.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 시드니 근교 레인 코브에 사는 지미 월커슨(5)은 학교에 가기 위해 어머니 헬레나 카렌(33)과 함께 집을 나섰다.

집에서 2백m 떨어진 횡단보도 앞. 월커슨은 가방에서 연필과 동네지도를 꺼내 자신이 금방 걸어온 길을 선(線)으로 표시했다. 지도의 여백에 어머니가 불러주는 대로 메모도 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선 오른쪽 왼쪽을 잘 살핀 뒤 건너기.”

무사히 길을 건넌 월커슨은 인도를 따라 1백50m를 걸어가 시내버스정류장에 멈췄다.

“버스가 완전히 멈춘 다음 차에 오르고 좌석에 앉으면 반드시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

월커슨은 어머니가 말하는 대로 지도위에 적은 뒤 버스 정류장도 표시했다. 세번째 정류장에서 내린 월커슨은 50m를 걸어가 횡단보도에 도착했다. 이번엔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 월커슨은 일단 멈춰선 뒤 버스가 지나온 길을 지도위에 선으로 표시하고 다시 어머니의 얘기를 메모했다.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오면 건너고 경찰관 아저씨나 어른들이 있으면 손을 잡고 함께 건너기.”

횡단보도를 건넌 월커슨은 60m를 걸어가 학교에 도착했다.

올해 그리니치 초등학교에 입학한 월커슨은 이렇게 해서 15분 정도 걸리는 ‘등교길 지도’를 완성했다.

호주에서는 매년 4월말 새학기가 되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안전하게 학교가는 길’을 지도에 그리는 숙제를 내준다. 호주 도로교통청(RTA)의 ‘안전하게 학교가는 길(Safe Route To School)’이란 교육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96년 처음 시작된 이 교육프로그램을 잘 진행하기 위해 호주의 모든 초등학교에는 ‘안전하게 학교가는 길’ 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위원은 교사 학부모 경찰 등 3∼5명. 시드니의 경우 2천여개의 초등학교가 있고 결국 1만명 정도가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호주 도로교통청은 또 꾸준히 안전교육 전문가를 양성, 이들이 초등학교와 유아원을 순회하며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이 직접 초등학교를 방문, △도보 등교방법 △통학버스 이용방법 △자전거 타는방법 등을 가르치는 ‘돌보기 프로그램’도 호주가 자랑하는 어린이 교통안전교육 프로그램 중의 하나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96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14세이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체(2천17명)의 6.2%인 1백27명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7.5% 수준.

뉴질랜드도 지난해부터 도로교통안전청(RTSA)주관으로 ‘안전하게 학교가는 길’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특히 초등학교별로 경찰 교통전문가 등이 1주일간 집중적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안전교통 교육기간’을 두고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96년 교통사고 사망자 5백81명 중 14세 이하 어린이 사망자는 52명뿐이었다.

〈시드니·오클랜드〓이호갑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