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한성미/『군인의 길 격려 고맙습니다』

  • 입력 1998년 5월 11일 09시 24분


아름다운 꽃이 만발하고 푸르름이 가득한 5월입니다. 보고픈 어머니. 제가 집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서너달이 되어가는군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릴적 꿈을 이루기 위해 여군에 지원해서 지금의 하사계급장을 달기까지 반대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격려와 후원을 보내주신 어머니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주위의 염려와 만류가 많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딸의 선택을 아무말없이 믿어주셨던 어머니. 6남매의 대 식구를 지금까지 장성하게 길러주신 어머니가 저는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

넉넉지 못한 형편이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았지만 자식들에게는 마음의 짐을 지우지 않으려고 남부럽지 않게 먹이고 입히셨고 당신은 우리가 먹고난 뒤 초라한 식사를 하셨습니다. 당신의 야윈 모습을 보노라면 하얀 안개가 눈앞을 가리고 가슴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 옵니다. 가지많은 나무 바람잘 날 없다고 당신은 늘 희생이 되어야 했지요.

그래도 우리 가족이 웃음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의 헌신적인 사랑 덕분입니다. 어려웠던 시절 아무런 불평없이 묵묵히 지키셨던 당신의 큰 자리가 우리 6남매 모두를 바른 길로 이끈 밑거름이었습니다.

저는 힘든게 하나도 없습니다. 남자들도 하기 어렵다는 군 생활이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절로 힘이 솟아 납니다.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 못지 않게 이겨낼 자신이 있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눈물젖은 인생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보상할 수 있을까요. 가지많은 나무가 이젠 열매를 맺을 시기가 되었습니다. 아름답고 무성한 열매를 맺어 수확할 때까지 저희를 지켜봐 주십시오. 좋은 열매로 보답하겠습니다.

한성미(경기 포천군 이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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