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원효진/『아빠! 용돈 적어도 괜찮아요』

  • 입력 1998년 5월 7일 08시 02분


아빠. 저 효진이에요. 아빠등에 올라타 말타기를 좋아하고 2백원짜리 초콜릿을 사달라고 조르고 나중에 커서도 아빠랑 꼭 같이 살거라 말하던 막내딸요.

어젯밤 늦게까지 잠 못 이루시며 무언가 생각에 빠진 아빠 모습을 보았어요. 그동안 아빠께 했던 저의 무례한 행동 하나하나 생각하니 얼마나 버르장머리없고 아빠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었는지 오늘 아침엔 아빠의 얼굴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더군요.

참 웃기죠. 아빠를 생각하며 밤늦게까지 울기도 하고 이제야 철이 들려나 봐요. 어렸을 때 아빠를 보기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아빠의 오른 손가락은 왜 3개밖에 없는지. 그땐 그것들이 너무 창피했는데 이젠 마치 아빠 가슴에 달린 훈장 같은 걸요.

아빠 손에 새하얀 붕대가 감긴 날을 기억하고 있어요. 얼마나 철이 없었는지 전 아빠가 집에서 쉬면서 저랑 놀아주셨기에 마냥 좋아만 했어요. 그런데 그날밤 부엌에서 엄마 아빠가 부둥켜안고 우시는 것을 보았을 때 너무 두려웠어요. 그래서 아빠의 손가락 3개가 드러났을 때 그토록 아빠를 거부했는지도 몰라요.

아빠. 그런 철부지 딸이 고등학생이 되었어요. 너무도 늦게 철이 들었지만 이젠 아빠 얼굴에 그늘이 지지 않도록 할게요. 그러니 아빠, 이제 저에게 용돈을 넉넉히 주지 못한다고 미안한 표정 짓지 마세요.

이제 곧 여름이 오려나 봐요. 올 여름에는 아빠 얼굴의 주름살도, 축 처진 어깨도 활짝 폈으면 좋겠어요. 아니, 제가 그렇게 되도록 열심히 노력할게요.

영원히 우리집의 건강한 가장이신 아빠. 속상한 일이 있더라도 약주는 많이 하지 마세요. 힘들 때는 제 생각을 하세요. 아빠를 사랑하는 딸은 항상 아빠곁에 있을 거예요.

원효진(경기 오산시 세교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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