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레이더]골드만환경상 수상 베리타 쿠와루와

  • 입력 1998년 4월 22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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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골드만환경상 시상식에서 6명의 수상자중 한명이 청중의 시선을 끌었다. 나이를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얼굴과 어색한 행동거지가 문명사회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주인공은 남미 콜롬비아 열대우림의 파괴를 온 몸으로 막아낸 원주민 베리타 쿠와루와(44). 그의 공식 직함은 우와족 대변인. 우와족은 수백년동안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단절한 채 밀림에 살고 있는 콜롬비아 원주민 부족 중 하나다.

95년 미국의 석유회사 옥시덴탈이 우와족의 터전인 콜롬비아 동북부 밀림에서 석유채유권을 얻어내자 우와족은 대성통곡했다는 것.

우와족은 ‘석유는 지구의 피’라는 독특한 믿음을 갖고 있다. 때문에 석유를 채유하는 것은 생명을 잃는 것과 같고 또 어머니를 살해하는 죄악에 해당한다는 것. 우와족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석유채유를 막겠다고 맹세했다.

부족인중 유일하게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쿠와루와는 우와족의 대변인으로 추대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전개했다.

쿠와루와는 국제 환경운동단체와 인권단체를 찾아다니며 석유 채유의 부당함과 우와족의 깨끗한 환경을 누릴 권리를 주장했다.

96년에는 옥시덴탈사를 직접 방문해 우와족의 심오한 우주관을 담은 노래를 부르며 개발포기를 부탁했다. 옥시덴탈측은 그들의 부탁을 거부했다. 이렇게 되자 우와족은 97년 5천명의 자살특공대를 조직했다.석유회사가 밀림을 밀어내고 채유를 강행할 경우 4백m 높이의 절벽에서 모두 뛰어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이 운동의 와중에 쿠와루와는 죽음의 고비도 몇번 넘었다. 97년 괴한들이 그를 납치해 마구 때려 실신시킨 뒤 강에 빠뜨렸으나 극적으로 구조돼 살아났다.

이같은 그의 노력으로 우와족의 보금자리인 콜롬비아 밀림에는 아직도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 물론 옥시덴탈이 개발권을 포기한 건 아니다. 그는 “우와족의 땅은 신성하다”고 외치면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김태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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