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탠더드 라이프]파리 사설폐차장은 재활용 장터

  • 입력 1998년 4월 22일 06시 33분


프랑스 파리 근교 빌쥐프시의 7번국도 주변에 모여있는 20여개의 대형 사설 폐차장은 항상 인파로 붐빈다.

재미있는 것은 폐차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 대부분은 자신이 필요한 자동차 부품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온다.

교통사고후 보험회사로부터 폐차처분을 받은 못쓰게 된 자동차에서 백미러 문짝 엔진에 이르기까지 쓸만한 부품을 모두 떼어내 싼 값에 팔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21의 백미러는 3백프랑(약 6만9천원), 시트로엥BX의 뒷 트렁크 문은 5백프랑(약 11만5천원). 일반 정비업소에서 부르는 값의 절반도 안된다.

며칠 전 이곳에서 만난 에두아르 르뤼에즈(42)는 “추돌사고로 뒷 트렁크 문이 깨졌다”며 “정비업소에서는 수선비를 빼고도 1천5백프랑을 요구했는데 여기서 5백프랑을 주고 중고부품을 샀다”고 만족해했다.

그가 몰고있는 시트로엥BX는 88년3월 출시돼 현재 10년이 넘은 구모델. 주행거리가 이미 16만㎞를 넘었다.

승용차를 오래 타는 사람이 르뤼에즈만은 아니다.

르피가로지의 14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 사람들이 타고 있는 승용차는 출시된 지 평균 9년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85년 조사때 6∼7년이었던데 비해 보유기간이 더 늘어났다.

2,3년 타다가 새 모델이 나오면 승용차를 바꾸고 싶어 안달하는 일반적인 한국인과는 대조적이다. 르뤼에즈가 던지는 한마디.

“차는 잘 굴러가잖아요. 나도 차 상태에 만족해요. 그렇다면 특별히 바꿀 이유가 없죠.”〈

파리〓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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