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보선 한나라당 완승의 의미

  • 입력 1998년 4월 3일 20시 01분


영남 네곳의 국회의원 재선거 보궐선거를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이 석권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실시된 선거에서 연립여당이 완패한 것이다. 선거 이전에 비해 한나라당은 의석 1개를 늘리고 자민련은 1개를 잃었다는 단순비교를 뛰어넘는 결과다.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주목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재 보선(再 補選)에 임하면서 본란은 깨끗한 선거를 통해 정치개혁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승부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선거과정은 매우 혼탁했다. 금품수수 향응 청중동원 흑색선전같은 뿌리깊은 혼탁상이 거의 모두 재연됐다. 이 점은 여야 정치개혁협상과 향후의 선거에 중대한 과제로 남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주의의 망령이 또다시 맹위를 떨쳤다. 한나라당은 지지기반을 지키기 위해 중앙당 간부들까지 총동원해 지역정서를 부추기며 유권자를 현혹했다. 그런 처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한나라당에 구실을 제공한 것 또한 사실이다. 김대통령은 특히 권력기관의 상위직에 호남출신 인사를 대거 포진시켰다. 직무의 성격상 믿을 만한 사람에게 그런 기관을 맡기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지 모른다. 그러나 ‘일색(一色)’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큼 편중이 지나쳤다. 윗자리를 호남출신이 맡으면서 아랫자리도 그 지역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일도 적잖게 생겨났다. 야당 시절에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편중인사를 그토록 비판했던 김대통령이 비슷한 잘못을 되풀이한 것은 국가에도, 김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선거는 일깨워 주었다.

재 보선 결과에 따라 여권은 더욱 초조해지고 한나라당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듯하다. 이렇게 되면 여야관계는 다시 긴박해질 공산이 크다. 여야는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해 정국을 원만하게 끌어가야 한다. 이번의 승부와 관계없이 나라사정은 여전히 위태로워 여야의 극한대치를 허용할 여유가 없다.

비록 일부 지역의 선거결과지만 여권은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읽고 야당과 성실하고 참을성있게 대화해야 한다. 김대통령의 경제위기 해소노력은 평가하지만 여권의 의석을 늘려주지는 않겠다는 것이 영남의 민심임을 이번 선거는 보여주었다. 여권의 정계개편 계획도 수정돼야 할 것으로 본다. 한나라당 또한 자만이나 착각에 빠져서는 안된다. 유권자들은 김대중정부를 견제하려 했을 뿐 한나라당이 취해온 강경일변도의 대여(對與)노선을 지지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정부여당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성숙한 ‘책임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지지세력의 요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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