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日 대중문화의 개방

  • 입력 1998년 4월 3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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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중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가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나라의 정상은 각종 현안들을 ‘진정한 이해와 신뢰의 바탕’ 위에서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가기로 했다는 보도다. 한일관계의 새 가이드라인이 설정된 셈이다. 그동안의 한일관계는 일본 고위 인사의 망언(妄言) 한마디로 물길이 바뀌는 사례가 비일비재였다. 무엇보다 양국간 상호신뢰와 이해가 선결돼야 할 과제였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두 정상이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만나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일왕(日王)의 방한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논의 키로 했다는 내용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두 문제는 한일간의 불행한 과거사 때문에 쉽게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는 현안이었다. 특히 문화개방은 ‘국민정서를 감안, 상당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개방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반대론의 주류는 교과서 왜곡, 계속되는 망언 등 아직도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근본적인 반성을 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문화 상륙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찬성론은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해 공식적으로 다루지 못한 결과 건전한 대중문화보다 저질 대중문화가 각종 경로를 통해 이미 시중에 범람하고 있는 현실에서 막아보아야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일본 대중문화 개방문제는 잠복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맞아 총체적인 개방을 통한 국제화가 대세이자 월드컵을 공동주최하는 마당에 일본 대중문화만은 안된다는 방침을 고수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 나라 정상이 합의한 ‘진정한 신뢰와 이해의 바탕 구축’을 전제로 전향적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연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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