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에티켓/이동통신 불감증]공공장소선 전원 꺼야

  • 입력 1998년 4월 1일 20시 04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뮤지컬이 한창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여주인공의 구슬픈 아리아가 심금을 적시고 있을 때였다.

“삐리리릭,삐리리릭….”

한 관객에게 걸려온 휴대전화의 날카로운 소리. 더 놀라운 것은 그가 “그래 무슨 일이야, 나 뮤지컬 보고 있어…”라며 여유있게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간 것이다. 나머지 2천여명의 관객은 기분이 어땠을까.

개인통신에 혁명을 일으킨 휴대전화와 무선호출기(삐삐).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동통신을 남용하는 불감증 탓에 주위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말로 다할 수 없다.

버스나 전철 안에서도 별 중요치도 않은 용무로 당당하게 휴대전화를 들고 혼자 떠드는 ‘강심장’의 사람도 자주 눈에 띈다.

얼마전 직원인사가 있었던 모기업. 직원들이 사령장을 받는 엄숙한 자리였다. 그때 어디선가 삑삑거리는 호출기 소리가 분위기를 깼다.

미국 유럽같은 선진국의 경우 휴대전화나 삐삐는 대개 비즈니스에 쓰인다. 오히려 일반인은 개인 생활을 방해받는다는 이유로 이동통신을 꺼린다. 대학생 초중고 학생들까지 삐삐나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는 우리와는 자못 대조적이다.

이동통신이 필수품이 된 만큼 극장 강당 회의실같은 공공장소에 갈 때는 삐삐의 호출음을 진동으로 바꿔놓고 휴대전화는 전원을 꺼는 것이 예의다.

〈김종래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