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병운/한약 오용 부작용 크다

  • 입력 1998년 3월 31일 08시 36분


얼마전 일본에서 간염환자에게 장기간 ‘소시호탕’을 투여, 폐렴합병증을 일으켜 몇 사람이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접하고 우리나라와 중국 한의학계가 엄밀히 분석한 결과 한약을 오용한 소치로 밝혀졌는데 또다시 이런 폐단이 지속되고 있다는 외신(도쿄)보도가 전해졌다.

소시호탕은 AD 3세기경의 명저 ‘상한론(傷寒論)’에 있는 처방으로 본래는 급성감염성질환에 쓰이는 것이었는데 근래는 명처방에 걸맞게 응용범위가 넓어져 적응병증을 정확히 판단한다면 급성바이러스간염 황달성간염 지방간에도 효험이 있다는 학계의 연구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해당전문가에게 알리는 학술보고이며 비전문가가 제약회사의 약 광고를 맹신하고 이를 구체적 증상의 파악이나 치료 경과에 대한 세밀한 관찰없이 간장병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장기 투여한다면 예기치 못한 화를 초래할 수 있다.

양약이나 한약을 막론하고 치료약에는 일정한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지만 한약은 화학성분을 추출, 합성한 양약과는 달리 생약을 주성분으로 하는 것이어서 양약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한약이라도 증상에 맞지 않는 것을 경과 관찰도 없이 장기 투여한다면 때로는 치명적인 폐해를 유발할 수도 있음은 자명하다.

특히 한방진료는 ‘변증논치(辯證論治)’라 해서 구체적 증상의 변별에 따른 투약(치료)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모든 간염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소시호탕을 투여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참고로 우리 한의계의 간장병치료실태는 오랜 역학적 연구와 약효의 실험적 연구성과가 축적되어 임상실적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일부 환자들이 민간요법이나 사이비 무면허 한의사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잘못된 투약을 지속하는 것은 문제다.

한방진료는 인체의 자연치유력 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해당 장기의 기능회복과 면역력 증강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한방진료도 멀지 않아 분과별 전문의 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니 환자들은 되도록 전문과목을 전공하는 한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

김병운(전 경희대 한의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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