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NYT]여성단체 「클린턴 추문」침묵

  • 입력 1998년 3월 30일 08시 40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성추문사건을 바라보면서 여성운동가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눈치다. 사회복지와 환경문제를 다뤄온 운동가들도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여성운동가들은 이번 성추문사건에 이중적 기준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들은 현재 클린턴대통령을 비난하지 않고 있다. 클린턴이 강력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다 그가 곤경에 빠질 때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게 되는 공화당이 여성운동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바람은 분명하다. 구체적인 위법사실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어떤 형태의 성희롱 행위도 근절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운동단체들은 여론의 비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수년전 클레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이나 로버트 팩우드 상원의원의 성희롱사건에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혔던 여성단체가 이번에는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표적 여권 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본보에 보내온 기고문에서 클린턴의 경우는 성희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들이 그만둘 것을 요구했을 때 클린턴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법리로만 따진다면 이같은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다. 일반적으로 성희롱법은 원고측이 성희롱한 직장 상사가 직장내에서 혜택 제공을 암시했거나 피해자가 성희롱을 거부해 근무환경이 악화됐음을 입증해야 하도록 되어 있다. 폴라 존스나 케슬린 윌리의 주장은 이같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성단체가 법조항 해석에 매달린다면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성희롱의 본질을 간과하게 된다는 점이다.

스타이넘의 주장이 “구체적 피해가 없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정리〓김승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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