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권이오/의정부판사들의 「자숙」

  • 입력 1998년 3월 20일 20시 08분


20일 낮 12시20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구내식당.

오세립(吳世立)지원장을 비롯, 의정부 지원 소속 판사 대부분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들고 있었다. 수도원 수사(修士)들의 점심시간처럼 엄숙한 풍경이다.

일부 판사의 수뢰의혹으로 사법사상 처음으로 소속 판사 38명 전원이 교체되는 ‘뼈아픈 상처’를 경험한 의정부지원.

사법사상 초유의 ‘파문’이후 의정부지원 판사들의 근무자세와 생활풍속도가 크게 달라졌다.

오지원장은 지난달 23일 취임 이후 거의 예외없이 구내 식당에서 판사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판사들에게 철저한 자기관리와 공정한 재판을 당부하고 있다. 한 판사는 “외부에서 잘 알고 지내는 변호사들과 식사라도 하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분위기여서 아예 구내식당에서만 먹는다”고 말했다.

일과후 인사로 인한 환송 환영모임이나 후배판사를 위한 환영모임도 사라졌다. 룸살롱 등 유흥업소나 골프장 출입은 엄두도 못낸다.

오후1시10분 K판사실 앞 복도. 최근 개업한 한 변호사가 개업인사차 판사실을 찾아 왔으나 사전면담신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면담을 거절당했다. 이같은 ‘몸가짐’단속 외에 ‘친절캠페인’도 시작했다.

재판정에서 판사들은 ‘송달 받았나요’와 같은 어려운 법률용어를 ‘편지 받았나요’ 등 쉬운 말로 바꿔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또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사법서비스 개선위원회’를 구성, 등기소 급행료비리나 법원의 불친절 등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등기과 총무과 등의 사무실 입구와 시군법원에도 ‘민원불편신고함’을 설치, 민원인들의 불편사항을 당일로 처리해 통보하고 있다.

오지원장은 “뼈를 깎는 노력과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의정부〓권이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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