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우효섭/환경과 조화되는 수자원개발을

  • 입력 1998년 3월 16일 08시 39분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이날은 인간의 생존에 무엇보다 중요한 물을 아끼고 잘 보전하자는 취지에서 유엔이 정한 기념일이다.

유엔은 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지구의 환경보전을 위한 ‘리우선언’과 그 실천계획인 ‘의제21’을 채택하였다.

▼ 대형댐 건설 부작용 많아

그해 제47차 유엔 총회는 매년 3월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 선포하고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행사에 세계 각국이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부터 건설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독자적으로 7월1일을 ‘물의 날’로 정해 여러가지 행사를 해왔다. 7월1일을 택한 것은 물 수요가 가장 많고 홍수 등 수해가 빈번한 시기를 골라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유엔의 요청에 따라 매년 3월22일을 ‘물의 날’로 정하고 국제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는 그래도 연초부터 비가 많이 와서 아직 물걱정은 없다. 그러나 94∼95년 가뭄 때 남부지방과 도서지방 주민들은 극심한 물부족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또 유엔은 한국을 2000년대 물부족 국가로 분류해 장차 물 부족을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까지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댐 개발 같은 물 공급정책에 병행해 절수(節水)유도 누수방지 등 물 수요관리정책과 기존 댐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한 물 이용의 합리화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관리 위주의 정책은 이수(利水)관리에는 도움이 되나 치수(治水)관리에는 전혀 기여할 수 없으므로 다목적댐 건설에 의한 신규 수자원 개발의 필요성은 21세기에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댐 개발이 필요하다고 해서 과거 고도성장기에 했던 것처럼 저수 용량이 30억t 가까이 되는 소양강댐이나 충주댐 같은 대형댐을 건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형댐 건설은 무엇보다 대규모 수몰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으므로 더 이상 추진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저수 용량 5억∼6억t이하의 중소규모 다목적댐을 만들어 인근 지역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차피 댐을 건설해야 한다면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ESSD)’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댐 건설 자체가 환경적으로 건전하기는 어려우나 지속가능한 개발이 되도록 할 필요는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현 세대의 잣대만으로 개발하지 말고 다음 세대의 개발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댐 사면을 완만하게 하여 녹화하거나 자연형 하천공법 등을 이용하여 상하류 하천을 자연에 가깝게 가꾸는 ‘환경친화적 댐 건설’개념의 적극적인 도입도 ESSD개념을 실천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새 정부의 출범은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에도 중요한 획을 긋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부처간 물관리에 대한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물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왔다.

그 출발점으로 지금까지 물 관련 각 부처가 독자적으로 치러온 ‘물의 날’ 행사만이라도 우선 정부차원에서 합동으로 수행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내년 3월22일 ‘세계 물의 날’부터는 이 날을 정부의 공식적인 기념일로 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현대의 잣대로만 개발말아야

새 정부 5년 동안 물문제가 어느 정도라도 해결된다면 우리나라는 치산녹화(治山綠化)에 이어 치수녹화(治水綠化)에도 성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더이상 물이 부족해 고통받거나 너무 많아 해가 되지 않으며 이 강산 어디서나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우효섭<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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