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국 이래 최대사면

  • 입력 1998년 3월 13일 19시 19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취임에 맞춰 건국 이래 최대규모의 특별사면 감형 복권 행정처분취소가 이뤄졌다. 그 혜택을 받은 사람이 무려 5백52만여명이다. 과거의 역대 대통령 취임경축 특사와는 비교도 안 된다. 헌정사상 첫 여야 정권교체의 의미를 살려 과거를 과감히 털어버리고 국민 대화합을 이루려는 취지라고 이해한다. 이번 조치가 국난극복을 위한 국민적 동참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국민화합을 통해 경제회생으로 매진하게 하려는 김대통령의 의지는 특히 과실범과 행정법규 위반사범을 조치대상에 대거 포함시킨 데서 읽어진다. 성인 6명당 1명꼴인 5백32만여명의 운전면허 벌점을 삭제하거나 면허취득 결격기간을 해제하고 파면과 해임을 제외한 징계공무원 16만여명을 사면한 것이 그것이다.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자들에 대한 은전(恩典)도 경제회복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많은 국민에게 생활상의 혜택을 준 것이 이번 조치의 뚜렷한 특징이다.

학생 등 비교적 경미한 공안 및 시국사범을 용서한 것은 과거의 시대적 상황에서 불행에 빠진 사람들의 기본권을 회복시켰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그러면서도 한총련 핵심간부와 사노맹 관계자들을 조치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체제관련 사범에 대한 사면에 신중을 기한 결과로 보인다. 5년전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취임특사 때처럼 고령이거나 건강이 나쁜 일부 미전향 장기수들에 대한 관용에는 인도적 고려가 작용한 듯하다. 다만 당국은 이인모(李仁模)노인 석방과 북한송환의 전례를 상기해 사후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밀입북자 사면에 대해서도 논란이 따른다는 점을 덧붙이고자 한다.

한보비리 정치인과 선거법 위반사범을 조치에서 제외한 것은 정경유착 단절과 깨끗한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여론을 수용한 것으로 본다. 다만 이들 이외의 개인비리 공직자들을 다수 사면, 부정을 저질러도 정권이 바뀌면 살아난다는 선례를 이번에도 깨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비리 공직자와 선거사범을 흐지부지 처분하는 것은 공직사회 정화와 정치개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처분취소나 징계사면처럼 일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수백만명을 특별사면 형태로 풀어준 데는 법리상 이론(異論)이 있을 수 있다. 행정법규나 징계법규 위반자의 징벌면제에도 사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해야 한다. 당국은 “죄명을 특정해 사면하면 법질서의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혹시 여소야대 국회를 우회하기 위해 국회동의가 필요한 일반사면을 피하고 국회동의가 필요없는 특별사면 형식을 취했다면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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