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은행장들 「바늘방석」…주총후 거취 불안

  • 입력 1998년 3월 12일 19시 46분


“차라리 누구누구는 안되겠다는 분명한 신호나 있으면 오히려 홀가분하겠어요.”

정기주주총회가 마무리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은행장들이 거취문제 때문에 여전히 전전긍긍하고 있다.

3년 임기를 마친 뒤 주총에서 유임 결정을 받아내 자리를 지킨 은행장뿐만 아니라 임기가 진행중인 은행장에게까지 ‘은행장 책임론’이 사방에서 들려오기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몇 차례 “은행 주총 때 보니 제대로 못하더라”는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정부 고위관계자들도 은행 경영진의 책임을 잇달아 거론하고 있는 것.

금융기관 감독을 총괄 지휘할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이 “필요한 일을 제때 챙기고 이뤄내지 못한 은행 경영진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한 바 있고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도 은행장들과의 상견례에서 은행장의 책임의식을 촉구했다.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까지 나서서 “은행이 개혁대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은행장들의 가슴을 오그라들게 하고 있다.

은행장들은 이 때문에 다른 은행과도 부지런히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임기를 2년 남기고 용퇴한 정지태(鄭之兌)전상업은행장은 “어디서 어떤 연락을 받고 물러났느냐고 묻는 이가 많아 ‘은행 인사개혁을 돕기 위해 마음을 비웠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믿으려 하지 않더라”고 전했다.

다른 은행장은 “차라리 부적격자인지 아닌지 안다면 처신하기 쉽겠다”며 “은행장이 직원들에게 새출발을 독려해야 할 시점에 자신의 자리걱정이나 하게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윤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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